영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 2017)'은 아들을 유괴당한 아버지가 자각몽을 이용해 범인을 찾는 이야기다.
비리고발 전문 기자 최대호는 아들 유괴사건 수사가 미제 종결 위기에 처하자, 마지막 방법으로 수면 의학 전문의 '소연'을 찾아간다. 자각몽을 통해 과거 기억에 접속, 당시 놓쳤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꿈 속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그 날로 돌아간 대호는 유괴범 손목의 도깨비 문신, 공범의 인상착의 등을 포착한다. 유괴범이 방문한 가게 주인의 도움으로 범인의 카드 이용 내역을 알아내자 현실 수사에도 진전이 생긴다.
자각몽은 꾸는 사람이 꿈이라는 걸 인지한다는 점에서 일반 꿈과 구별된다. 1913년 네덜란드 정신과 의사인 프레데릭 반 에덴이 처음 언급했고, 2004년 미국 실험심리학자 라버지도 자각몽이 정신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상상하는 대로 꿈을 설계할 수 있어 창조적 영감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트릭 버크 뉴질랜드 링컨대 연구팀은 자각몽을 경험한 적이 있는 18~25세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25%나 뛰어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꿈이 꿈이란 것을 인지하는 능력과 꿈을 통제하는 능력이 현실로도 이어진 것이다. 천재 과학자 니콜라이 테슬라도 자각몽을 활용해 자신의 이론을 실험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수면 중 뇌 주파수를 조절해 자각몽을 꾸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실제로도 가능하다. 우슬라 보스 괴테대학교 교수, 앨랜 홉스 하버드 의과대 교수, 월터 파울루스 독일 괴팅겐대 메디컬센터 교수 공동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실험 참가자가 렘(REM) 수면에 들어가자, 감마(Gamma) 파가 생성되는 뇌 정면과 측두부 쪽에 40헤르츠(㎐) 정도 전류를 흘렸다. 의식을 담당하는 부위를 활성화, 꿈을 꾸면서도 의식을 깨어있게 한 것이다. 그 결과, 한번도 자각몽을 꾼 적이 없는 일부 피실험자가 자각몽을 꾸게 됐다.
다만, 영화 속 '권용현(디스맨)'처럼 남의 꿈에 들어가서 정보를 빼내거나 상황을 통제하는 등공유몽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한 때 자각몽을 꾸는 사람의 꿈을 여행하는 '디스맨'이 존재한다는 얘기가 떠돌았지만 마케팅업체가 만들어낸 허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셉션' 이후 유사한 소재의 영화가 또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자각몽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실에서 할 수 없던 일을 꿈에서 이룬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대신 자각몽에 심취한 나머지 꿈과 현실을 혼동하면 곤란하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