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페이(AndroidPay)가 한국 등 글로벌 시장 영토 확장을 본격화했다. 올 하반기에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의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구글의 한국 진출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우선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결제 생태계 형성이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카드와 삼성페이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결제 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해외에서는 NFC 기반 결제가 대중화됐다. 애플페이가 대표 사례다. 교통카드처럼 터치하는 비접촉 결제 방식이다. 이 시장에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합류해 세를 키우게 됐다.
막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글로벌 사업자는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NFC를 기반으로 엄청난 인프라 투자를 하고 있다. 애플과 중국 인롄(유니온페이)은 물론 비자, 마스터카드 등 시장 지배력을 갖춘 기업이 속속 NFC 진영을 갖췄다.
한국은 NFC 인프라가 거의 전무하다. 과거 신용카드사가 주축이 돼 NFC존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시장 수요 예측 실패와 막대한 투자 인프라 감당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글의 한국 진출은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1개 사업자 추가의 의미를 넘어 모바일 결제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하드웨어(HW)처럼 외산과 토종 간 점유율 싸움도 한층 치열해진다.
한국은 삼성페이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결제 시장으로 세력 확장에 나섰다. LG페이, 카카오페이 등도 출시를 앞뒀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핀테크 사업 부문을 분리, 독립 법인으로 분리된 이후 알리페이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역량을 키우고 있다. 페이코도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분리, 독립 법인이 됐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의 결제에 강점을 보이며 유무선 결제 서비스 사용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수 채널을 보유한 토종 페이가 구글이라는 글로벌 기업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도전에 직면한다.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올해 약 72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NFC 방식의 모바일결제 시장은 2020년까지 소매업 부문에서만 1300억달러 규모의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다수 토종 사업자가 길들여 놓은 소비자 결제 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올 하반기에 판가름 난다. 다시 말해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기술이 널리 사용되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나 모바일 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결제 인프라를 넘어설 수 있느냐 문제다.
간편 결제 서비스는 공인인증서나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 비밀번호 하나만으로 결제가 가능해 시장 파괴력이 크다. 인증 수단은 비밀번호 외에 휴대전화, NFC 단말기, 지문 등 다양하다.
사실 구글은 아직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공격적 행보는 삼성페이와 견줘도 빠르다.
2015년 9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 안드로이드페이는 출시 국가를 연이어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호주, 홍콩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에디'와 제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은 정보기술(IT) 발달과 결제의 특이성을 감안하면 토종 페이가 우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토종 페이가 구글이 진출하더라도 경쟁력 측면에서는 뒤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데이터만 보더라도 토종 페이가 우세하다.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의 가입자는 2200만명, 누적 거래액은 3조8000억원이다. 카카오페이가 가입자 1400만명에 누적 거래액 1조원, NHN엔터테인먼트 페이코는 가입자 630만명에 누적 거래액 1조1000억원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라는 매체를 움켜쥔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투영하면 구글 안드로이드페이를 넘어서는 점유율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구글이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여러 토종 페이를 단숨에 뛰어넘기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글의 숨은 전략은 NFC 기반 결제 패턴을 세계로 확대해 결제 습관을 바꾸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