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테랑 운전자도 '화들짝'…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체험해보니](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6770_20170326202745_710_0003.jpg)
“자, 이제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8, 7, 6…”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 소재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 충돌시험장에 시속 56㎞로 달려 들어온 도요타자동차 RAV4는 순식간에 고정벽에 부딪혔다. 충돌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에어백이 터지고 자동차 주변엔 파편과 함께 액체가 흘러 내렸다. 뒷좌석 안전띠 프리텐셔너 미작동 시 더비 상해치를 측정하기 위한 정면충돌시험이었다. 안전띠 프리텐셔너는 평상시에는 탑승자를 느슨하게 감싸고 있다가 급제동하거나 충돌할 때 몸을 벨트로 잡아당겨 몸이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시속 56㎞로 달리다 충돌하는 것은 4층 건물에서 낙하하는 것과 비슷한 충격인데 여기서 안전띠를 맨다는 것은 4층 높이에서 에어매트위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며 안전띠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충돌시험은 더 나은 안전띠 개발을 유도해 2년 뒤에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뒷좌석 안전띠 안전도 평가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르포]베테랑 운전자도 '화들짝'…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체험해보니](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6770_20170326202745_710_0004.jpg)
충돌실험 후 자동차안전연구원 옆에 들어선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로 이동해 본격적으로 체험을 시작했다. 상주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 이어 2일 문을 연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는 기본·심화·자격·법정교육 등 5개 분야 11개 과정을 운영 중이다. 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는 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운영된다. 교통안전체험교육은 기초훈련, 자유훈련, 빗길제동, 위험회피, 곡선주행, 일반·고속주행 등 총 7개의 코스와 에코드라이빙존, 딜레마존으로 구성됐다.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소개 영상가장 먼저 체험한 위험회피 코스에서는 빙판길이나 빗길 같은 도로상황이 악화됐을 때 과속이나 부주의 운전에 따른 제동과 조향능력이 저하됨을 느꼈다. 체험에 도움을 준 센터 소속 교수는 “베테랑 운전자도 실제상황에서는 당황해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전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소개 영상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소개 영상
빗길제동코스에서는 ABS(anti-lock brake system)를 켰을 때와 켜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ABS를 켜지 않았을 때는 빗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자 조향장치가 잠겨 운전자가 속수무책이 되고 제동거리도 길었다. 반면에 ABS를 켰을 때는 급브레이크를 밟자 '드드드드드득'하는 차량 충격과 소리가 함께 들리면서 이내 멈춰 섰다.
한쪽은 아스팔트로 한쪽은 대리석으로 깔고 물을 뿌려 빙판길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놓은 코스에서도 ABS의 위력은 증명됐다. ABS를 켜지 않은 상태에서 급제동하자 자동차가 미끄러지면서 두 바퀴 회전한 후 멈춰섰다. 일반 고속도로에서 이런 상황이 펼쳐졌다고 생각하면 아찔했다. ABS를 켜고 급제동했을 때는 직진상태 그대로 가다가 멈췄다.
운전석에서 시범을 보여준 교수는 “ABS를 켜면 켜지 않았을 때보다는 제동거리도 짧고 안정적으로 정차했지만 과속하면 ABS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운전경력 수십 년 베테랑 운전자도 처음에는 '설마'하다가 이곳에서 체험교육을 받고 나갈 때면 순한 양이 돼 '앞으로는 안전 운전을 해야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코스는 안전띠 안전성 체험이었다. 급제동 할 때 안전띠를 착용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비교 체험하는 것이었다. 교수는 “엉덩이는 최대한 좌석 깊숙이 밀착하고 두 손을 가슴 앞으로 올려 급제동했을 때 다치지 않도록 앞좌석을 잡아주세요”라고 말한 후 몇 초지나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속도는 시속 10㎞에 불과했지만 급제동에 따른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반면에 안전띠를 착용한 후에는 급제동했을 때는 안전띠가 충격을 잡아줘 튕겨 나가지 않았다. 뒷좌석에 탔을 때도 반드시 안전띠를 해야 이유를 몸소 느꼈다.
박웅원 화성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안전운전 체험교육을 받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교육 전후 1년간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추적 조사한 결과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7662건에서 3508건으로 54%, 사망자 수는 220명에서 50명으로 67% 각각 줄었다”면서 “이에 따른 누적교통벌점은 52%,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68% 감소했다”고 밝혔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