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레벨2 이상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자동차 비중은 2025년 4%에서 2035년 75%로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도 2020년 189억달러(약 22조원)에서 2035년 1152억달러(135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부터 4까지 다섯 단계로 정의했다. 통상 제한된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작동이 가능한 '레벨2' 단계부터 자율주행차 범주에 들어간다. 레벨3는 기본으로 모든 기능을 차량이 자동 제어하고, 돌발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관여한다. 레벨4는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자율주행 연구 단계는 레벨3~4, 상용화 수준은 레벨2에 각각 해당한다. 선진국과 연구 수준은 비슷하지만 상용화 수준은 뒤처진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 자율주행 레벨2 수준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이 적용된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했다. 제네시스 G80에도 레벨2 수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탑재했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11월 국내 자동차 업체 최초로 미국 네바다주 고속도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했다. 당시 현대차는 투싼 수소연료전지차(FCEV) 자율주행차, 기아차는 쏘울EV 자율주행차로 면허를 획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하이브리드 자율주행차도 네바다주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했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 CES'에서 국내 업계 최초로 일반도로 시승을 진행했다.
이처럼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자율주행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3~4년 뒤처진 수준이라는 것. 특히 자율주행 원천기술은 전부 해외 선진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센서, 제어기 등 핵심 기술은 이스라엘 '모빌아이', 독일 '보쉬' '컨티넨탈' 등에서 지원받거나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율주행 핵심 기술 향상을 위해 우선 연구개발(R&D) 인력을 충분히 확충하고 산업 간 장벽을 허물어 융합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자율주행차 특성상 시장 출시 단계에서는 충분한 검증을 거쳐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신설했다. 의왕연구소에서 자율주행 관련 선행연구를 하던 조직과 남양연구소에서 능동안전 관련 기술을 개발하던 조직을 하나로 통합, 확대해 탄생했다. 또 구글, 엔비디아 등 IT 업체와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협력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 최대 네크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와 하이퍼 커넥티드카도 개발 중이다.
IT 업계도 최근 자율주행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로봇 등을 연구하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지난달 20일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네이버 자율주행차는 레벨3 수준이다.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은 BMW, 인텔 등과 협력해서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