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펀드 1조원 시대...벤처생태가 튼튼해진다

세컨더리펀드 운용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기업 구주 투자가 확대되면서 벤처생태계가 더 탄탄해지고 있다.

28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만기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세컨더리펀드 결성 총액은 3월 28일 기준 1조476억원을 기록했다. 만기 이후 청산을 아직 완료하지 않은 펀드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1조2454억원에 달한다.

세컨더리펀드 1조원 시대...벤처생태가 튼튼해진다

1월 기준 전체 벤처펀드 운용액 16조6838억원 가운데 7.4%에 해당한다. 아직 펀드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벤처펀드 511개 가운데 29개가 세컨더리펀드다. 2002년 첫 출범 이래 15년 만에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세컨더리펀드 1조원 시대'가 열린 셈이다.

세컨더리펀드는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현재 운용 중인 세컨더리펀드 29개 가운데 19개가 지난해 결성됐다. 운용 자산 규모는 5855억원이다. 전체 펀드 절반을 넘는다. 세컨더리펀드는 신규 발행 증권이 아닌 이미 투자한 구주를 인수하는 펀드다.

세컨더리펀드 증가세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급격하게 늘어난 신규 벤처펀드 결성에 영향을 받았다. 벤처펀드가 늘어난 만큼 인수할 대상(구주)도 늘어난 것이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신규 결성액이 2조원을 재돌파한 2014년 이후 지난해에는 3조원이 넘는 신규 펀드가 결성됐다.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벤처펀드 대부분은 기업 상장 전 일부 물량을 세컨더리펀드에 넘기는 등 회수 경로를 다각화하는 추세”라며 “주식을 넘기는 쪽에서도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데다 구주를 받는 입장에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회수 시점을 정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과도 다른 벤처펀드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VC업계에서는 세컨더리펀드 내부수익률(IRR)이 일반 펀드보다 2배 정도 높은 10% 안팎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수익률에 강남 등 고액자산가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증권사 지점이 유동성공급자(LP)로 나서는 사례도 등장했다.

추가 세컨더리펀드 결성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벤처투자는 440억원가량을 인수합병(M&A) 또는 세컨더리펀드 수시 출자 예산으로 잡아뒀다. 성장사다리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도 올해 300억원 규모 세컨더리펀드를 추가 출자할 계획이다.

VC업계는 세컨더리펀드 규모 증가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해석했다. 모든 벤처펀드 투자자가 기업공개(IPO)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늘어난 벤처펀드 결성 규모에 따라 2022년부터는 2조원이 넘는 만기 도래 물량이 예고돼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통상 전체 벤처투자에서 12~15%가량이 세컨더리펀드가 차지하는 것이 선진 시장 모습”이라며 “아직도 국내 시장은 세컨더리펀드가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세컨더리펀드 시장 확대에 맞춰 다양한 전략도 등장하고 있다. 단순 유망 기업 구주 투자에서 벗어나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전략을 다양화하고 있다.

실제 프라이빗에쿼티(SG PE)와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재기지원펀드는 법정관리 기업에 투자해 기업을 정상화 하는 형태로 회수에 성공했다. 중소기업청도 투자자 지분을 통째로 인수하는 LP지분 유동화펀드에 출자를 시작했다.

서종군 한국성장금융 본부장은 “성장사다리펀드가 출자할 세컨더리펀드에도 정책 목적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세컨더리펀드 시장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컨더리펀드 운용 현황, 자료:벤처캐피탈협회>


세컨더리펀드 운용 현황, 자료:벤처캐피탈협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