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크로스(X)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상용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한 3D X포인트 메모리는 상변화메모리(P램) 일종이다. D램보단 느리지만,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낸드플래시보다 빠르다. 재기록 횟수를 나타내는 내구성도 낸드플래시보다 높다. 다만 단위 용량당 가격이 높은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인텔 진영의 '뉴 메모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인텔은 29일 3D X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M.2 규격 PC용 옵테인 메모리를 공개했다. PCI익스프레스 혹은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슬롯으로 PC 메인보드에 연결된다. 용량은 16기가바이트(GB)와 32GB 두 종류다. 가격은 각각 44달러, 77달러다. 중앙처리장치(CPU)와 주 저장장치 중간에서 데이터 처리를 맡는 일종의 캐시 메모리 형태로 활용된다.
나빈 쉐노이 인텔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수석부사장은 “옵테인 메모리를 장착한 PC는 부팅 시간이 두 배 빨라지고 시스템 성능은 28%, 게임 수행 시간은 65%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 프로그램은 6배, 크롬 웹브라우저는 최대 5배 빠르게 실행된다. 쉐노이 부사장은 “데스크톱PC 79%는 여전히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주 저장장치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옵테인 메모리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PC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통적 메모리 강자는 인텔의 시장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인텔은 90%가 넘는 CPU 점유율로 PC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시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옵테인 SSD는 14나노 인텔 7세대 코어 프로세서(개발코드명 카비레이크)가 탑재된 시스템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MSI, 애즈락 등 다양한 메인보드 업체가 130개 이상의 옵테인 지원 메인보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2분기부턴 HP, 델,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등의 제조업체가 옵테인 메모리를 장착한 PC를 내놓는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업계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인텔의 저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X포인트 메모리는 비싼 가격이 최대 걸림돌로 캐시 메모리 형태를 지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값을 현저히 낮춘다면 낸드플래시를 아주 대체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텔은 1.5테라바이트(TB) 용량의 U.2 규격 서버용 옵테인 SSD DC P4800X를 출시한 바 있다. 마이크론도 X포인트 메모리 기반 서버용 SSD 퀀트X(QuantX)를 공개했다. 올 하반기 출시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