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프라 강국에서 지능인터넷서비스 강국으로

[ET단상]인프라 강국에서 지능인터넷서비스 강국으로

우리나라는 인터넷 접속 속도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최근 자료에 따르면 유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순위는 5위,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8위로 내려앉았다. 2009~2012년에 무려 6회에 걸쳐 세계 1위를 유지한 이후 매년 순위가 낮아지고 있다.

정부 중심의 대규모 투자에 의한 인프라 수준 유지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효과적 대응이 가능하다.

OECD가 발표한 모바일 초고속 데이터, 음성 결합 서비스 분야에서는 아직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전체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저조한 것은 모바일 인터넷 데이터 사용이 낮은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인프라를 활용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인터넷서비스 제공에서 뒤지고, 이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비교 대상 국가보다 저조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세계 최고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민간 투자는 시장 논리에 의해 인프라를 활용, 그만큼 수익이 창출될 때 수요에 대응하는 지속적 고도화를 위한 재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핵심은 인프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인터넷서비스를 활성화시키고 실질적인 대규모 비즈니스가 인터넷상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트렌드를 보더라도 과거 인프라 중심의 기업은 동적인 인터넷 서비스 중심 기업에 왕좌의 자리를 내놓은 지 이미 오래다.

인프라에서 서비스로 시각을 돌려야만 하는 이유이다. 좋은 서비스는 아깝다는 생각 없이 이용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는 동인이 된다. 결국 이 대가가 다시 인프라 고도화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하는 재원이기 때문에 다다익선이다.

훌륭한 인프라, 여기에 동적인 변화와 발전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양질의 서비스가 서로 상승 작용을 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선순환 역동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상호 발전과 지속 성장을 견인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클라우스 슈바프는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가 직면한 네 번째 혁명은 기술 발전에 의해 특정 지어진 과거의 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기술했다. 수십억명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웹에 연결하고, 비즈니스 및 조직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면서 자연 환경을 재생산할 수 있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달리 해석하면 초연결성과 초지능성 기반의 항상 연결된 인터넷 서비스 혁신을 의미한다.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을 제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인프라의 요건은 이동성과 유연성이 핵심이다. 마치 생명이 있어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능동적인 인프라를 뜻한다. 이제 인프라는 현재의 딱딱하고 수동적인 '멍텅구리'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인프라가 돼야 한다. 1990년대 초에 처음 시작해 세계적 정보통신 인프라 강국으로 이끈 '초고속 선도시험망'을 '지능형 초연결 인터넷서비스 선도시험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인터넷 서비스 강국으로 재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강선무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txkang@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