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용 드론인데, AS를 기대하면 안 되죠.”
최근 서울 시내 최대 드론 판매 상가를 찾은 기자에게 드론 유통가게 점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100m 넘게 장난감, 사무용품, 드론 유통점이 들어서 있다. 한글 간판을 단 상점인데도 물건은 중국산으로 넘쳐났다.
드론은 대부분 장난감 유통점에서 팔렸다. 낯익은 국내 유통업체 제품이 절반을 차지했다. AS가 가능한 드론들이다. 인터넷 판매가와 별반 차이 없이 판매됐다. 나머지는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인터넷보다 크게 저렴했지만 AS는 불가능했다.
골목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작은 상점만 즐비한 거리에서 홍일점처럼 우뚝 선 대형 상점이 보인다. 100평 남짓 규모에 직원 10여명이 손님을 응대했다. 상점 크기보다 드론 가격이 더 놀라웠다. 인터넷 최저가보다 싼 제품이 모델별로 수십대씩 진열됐다.
가게 직원은 “드론 구입 후 인터넷으로 재판매해선 안 된다”며 “가격이 워낙 저렴해 항의가 들어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말처럼 입문자용 드론 'K300C' 모델 몸값은 6만7800원이었다. 인터넷 최저가 12만8800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저렴했다.
인형뽑기 기기도 골목 곳곳에 발견됐다. 어김없이 주변에는 드론이 쌓여 있다. 2만~3만원대를 넘지 않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저렴한 드론이 판치는 데 대해 국내 드론 제조사 대표들은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인증 마크 없는 드론은 찾기 힘들다. 마크 자체를 복사해 제품 박스에 붙이는 수법이 성행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능성을 시험한 후 반응이 싸늘하면 인증 없이 물건을 소진한다.
손해를 줄이려는 상술이다. 드론이 잘 팔릴지, 안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1000만원 넘게 주고 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반론이다. 이 과정에서 비인기 드론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인형뽑기 기기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곳을 샅샅이 뒤져 인증 없이 드론 파는 업체 10곳을 적발, 벌금을 물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인증 마크만 믿을 수 없는 탓에 제품 본체를 뜯어가며 현미경 검증을 했다. 그러나 반년이 채 안 된 현재 다시 불법 드론 판매가 늘었다.
오히려 인형 뽑기용으로 드론이 인기를 끌면서 업체 수는 더 늘었다. 국내 한 드론 제조업체 대표는 “국내시장 보호를 위해 진입장벽 역할을 해야 할 인증제도가 오히려 국산 드론만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