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드사태, 중견가전으로 후폭퐁

[기자수첩]사드사태, 중견가전으로 후폭퐁

최근 전기밥솥 할인 행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판매점 직원에게 이유를 물으니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때문이란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면세점 매출이 대폭 빠진 밥솥 업체가 재고 물량을 국내 양판점에서 소진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구입해 가는 한국 가전제품이 밥솥이다. 그만큼 국내 중견 가전 제조사가 중국발 사드 보복 쇼크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매장 밥솥을 싹쓸이하던 '큰손' 고객이 사라지면서 면세점 매출은 20% 이상 빠졌다. 중국 현지에서도 '한한령' 때문에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일부 업체에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비즈니스를 확대하던 생활가전 업체 대다수가 사드 보복 영향에 신음한다. 이들에게 중국은 제2의 가전 내수시장이었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후속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중국 사업을 대폭 늘려 촉망받던 유망 기업이 한순간에 흔들린다. 1분기를 갓 넘겼지만 벌써 올해 우울한 실적을 걱정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더 심각한 것은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다. 중견 업체 최대 대목이던 5월 초의 노동절까지도 한국 여행 금지령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도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업체는 여전히 임시방편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몰라 손 놓고 있는 경우가 다수다. 기업의 가치 하락을 우려, 오히려 '사드 보복에 큰 영향이 없다'며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차이나 리스크' 대응이 절실하다. 언젠간 다시 회복될 것이란 희망으로만 버티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자사의 비즈니스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 사업을 여러 나라로 분산시키는 계획안도 검토 대상이다.

대체 불가 상품은 불황이 없다. 차별화된 신기술로 남다른 아이템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배가돼야 한다. 정부와 협회 차원의 의견 개진이나 협상도 더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