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저가 공세에 인증까지… 드론, 무거워 못 난다

국내 드론 제조 기반이 위태롭다. 거세지는 중국산 저가 공세와 무거운 인증 탓에 이륙은 엄두도 못 낸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한 비행 관련 규제는 필요하지만 드론 인증비용 인하와 무(無)인증 제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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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드론 제조사가 급격히 줄고 있다. 현재 국내 드론 관련 업체 수는 1500여곳으로 추산된다. 그 가운데 순수 제조 기업은 30곳 남짓이다. 대부분 중국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엔진과 같은 드론 모터와 배터리 제조사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국내 드론 제조 기반이 취약해진 것은 인증비용 부담 증가와 중국산 제품 저가 공세에서 기인한다.

국내 드론 제조사 대표는 “1만대를 팔아도 인증비용조차 못 뽑는다. 4~5개 인증을 받고 나면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면서 “한 대 팔아 1000원 남기기도 어려운데 엄청난 부담”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비해 드론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 원가를 낮추는 구조를 갖췄다. 비슷한 성능이어도 국산 드론 대비 두 배 이상 저렴하다.

국내에서 드론을 판매하려면 국립전파연구원의 적합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는 연구원이 지정한 전국 43곳 시험기관이 대행한다. 전파를 주고받는 조종기는 송신기로 분류돼 적합인증서를 따야 한다. 시험수수료는 150만원 안팎이다.

드론 기체도 따로 평가를 거친다. 전파를 내보내지 않고 수신만 한다면 적합등록서를 갖춰야 한다. 약 100만원의 수수료가 든다. 송신 기능이 있는 드론이라면 조정기와 같은 적합인증서가 필요하다. 시험기관에 접수·면허비도 내야 한다.

카메라를 비롯한 다른 기능이 추가되면 금액은 더 올라간다. 와이파이 인증, 카메라 인증, 호버링(정지 상태 유지) 인증을 포함하면 1000만원을 돌파한다. 인증 기간도 최장 3개월이다.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쓸 수 있도록 하려면 공산품 안전마크(KPS)도 받아야 한다. 농업용 드론으로 활용하려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검정을 별도로 통과해야 한다.

이처럼 인증 부담이 늘면서 전파 적합 인증을 받지 않고 드론을 판매하는 불법 유통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을 지키는 게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결국 국내 제조사는 중국과 불법 유통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마진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인증에 따른 역차별 논란이 이는 이유다.

무인증 드론 유통 물량의 70~80%는 중국에서 수입된다. 판매용이 아닌 개인이 쓰는 드론에 한해 인증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 급속도로 늘고 있다. 개인용 명분으로 수입하는 이른바 '온라인 보따리상'의 손을 거치면 인증 규제를 피할 수 있다. 1~2명이 운영하는 이들 영세 사업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한다.

시험기관 관계자는 “산업이 활성화되면 인증 비용도 내려가는데 제대로 일어서지 않은 상태에서 인증부터 시작하다 보니 기업, 시험기관 모두 힘들게 됐다”고 꼬집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