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 저성장·국제 경쟁력 부족 '이중고'..구조 개편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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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산업 성장이 멈췄다. 시장 규모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노동 생산성은 제조업 절반으로 떨어졌다. 차세대 먹거리로 기대가 크지만 대대적 산업구조 개혁 없이는 성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제약산업 현황
국내 제약산업 현황

3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6년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제약시장 규모는 19조2365억원으로, 전년대비 0.7% 하락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역시 0.1%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가 사실상 정체된 것은 수출 증가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2015년 국내 제약 수출 규모는 3조3348억원으로 전년대비 31.1%나 증가했다. 시장 규모는 생산규모와 수입을 합친 뒤 수출금액을 뺀다. 생산, 수입 규모가 매년 비슷한 상황에서 수출이 급증해 시장 규모가 줄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지표가 '빨간불'이다. 수출이 늘었지만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안 된다. 무역적자가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수출 의약품도 신약이 아닌 제네릭(복제약)이 대부분이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

독자 기술 확보도 부족하다. 2015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은 14조8560억원으로, 전체 의약품 생산실적 87.5%에 달한다. 복제약 혹은 기존 의약품을 합성한 개량신약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신약개발 첫 단추인 원료의약품은 2조1136억원으로 전년대비 2% 줄었다. 원료 의약품 자급률도 24.5%로, 2013년 이후 매년 하락세다.

2015년 새롭게 허가받은 국산 신약은 크리스탈지노믹스 '아셀렉스캡슐' 등 5개다. 1999년 SK케미칼이 첫 국산신약 허가를 받은 이후 총 26개 의약품이 승인 받았다. 100억원 이상 생산실적을 기록한 품목은 카나브정(보령제약), 제미글로정(LG화학), 자이데나정(동아에스티) 등 6개에 불과하다. 팩티브정(LG화학), 레바넥스정(유한양행) 등은 각각 전년대비 70%, 28%나 생산실적이 감소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제약사뿐만 아니라 최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치고 들어온 중국, 인도 기업과 경쟁에서 밀린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제약시장은 세계 1.4%에 불과하다. 시장규모 기준으로 2011년 9위였지만, 2015년 13위로 밀렸다. 중국, 인도 시장 성장세가 무섭다. 복제약, 내수시장 중심 산업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신약 개발 없이 복제약 혹은 외산 의약품을 들여와 영업에만 집중한 결과 국제 경쟁력은 당연히 떨어졌다. 국내 제약산업 인력 현황을 보면 생산직(3만1664명, 33.5%) 다음으로 영업직(2만5747명, 27.2%)이 많다. 연구개발(R&D) 인력은 1만1057명으로 전체 11.7%에 불과하다.

종업원 1인당 매출
종업원 1인당 매출

내수시장에서 비슷한 복제약을 만들어 영업에 의존하다보니 각종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진다. 노동 생산성도 떨어진다. 제약업은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이 3억6445만원으로, 제조업(8억3455만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적극 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택과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허가, 마케팅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기업은 좁은 내수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위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하동문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대부분 제약사가 글로벌 진출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시장조사, 인·허가, 마케팅 등을 담당할 인력 찾기가 어렵다”면서 “정부는 기업과 협업해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바이오의약품이나 위탁생산(CMO) 등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우선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