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 전기버스가 우리 정부 인증평가를 통과했다. 중국 전기차업체가 우리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명확한 기준 없이 자국 내 전기버스 보조금 지급 기준에 한국산 배터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정반대 조치다.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외국 시장에서 한·중 협력모델이 더 확산될 지 주목된다.

환경부는 중국 전기버스업체 에빅(AVIC) 전기버스 '엔비온(ENVYON)'이 '전기차 보급대상 평가'를 통과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에빅은 국토교통부 제작사 인증과 안전 평가도 통과했다.
엔비온을 구매하는 한국 운수업체는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대당 1억원과 국토부·지방자치단체 저상버스 보조금 1억원까지 총 2억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인증에 들어가 있는 포톤이나 곧 들어가는 BYD 같은 대형 중국 전기버스업체는 중국산 배터리를 쓴다.
김포시 버스운수사업자 선진운수는 최근 에빅 전기버스 10대를 구입하고 이달 김포-일산 간 33번 노선에 투입한다. 선진운수는 연내 에빅을 포함해 전기버스 40대를 추가해 총 50대 운영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에빅 전기버스는 정상적 절차를 거쳐 각종 인증 평가를 통과했다”며 “이 버스 핵심부품인 배터리와 관련 시스템은 한국 기술과 제품이 맞다”고 말했다.
에빅 전기버스 가격은 대당 약 3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모니터링 시스템을 한국산 제품으로 썼다.
에빅은 선진운수와 배터리팩 공급업체인 피엠그로우와 함께 지난해 초부터 중국 리튬인산철 배터리 대신 한국산 리튬이온 배터리 교체를 위한 구조개선 등 각종 호환 작업을 벌여 왔다. 사실상 한국과 중국이 공동 제작한 전기버스인 셈이다.
피엠그로우는 초도 물량 10대는 중소기업 에너텍 배터리를 사용하고 이후 물량부터는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를 쓸 계획이다.
에빅코리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나 전기버스 업체가 주행성능과 구동 효율에 뛰어난 한국산 배터리를 선호한다”며 “한국 배터리와 에빅 차체를 이용해 완성도 높은 전기버스를 한국에서 제작해 해외 수출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생산·제작 기술과 한국 배터리를 합친다면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빅은 몇몇 지자체와 한국 내 전기버스 공장 설립을 위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