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10·끝>전문가 20인이 꼽은 분야별 핵심 과제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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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가 밀고 가야 할 최우선 과제로 영역을 떠나 규제 완화·주력산업 재편·지원사업 효율화가 꼽혔다. 정부 지원 사업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가 연구개발(R&D) 정책 대부분이 중복적이면서 정부 주도 성과중심으로 평가·운영되는 점도 개선 대상으로 지목됐다. 차기 정부는 기존 지원 사업의 허와 실을 제대로 가려내 효율성 높은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고려한 정책 개발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주문도 더해졌다.

◇주력 산업 개편·제조업 내재적 체질 강화

산업·통상 부문에서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국가 차원 전략 도출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닥쳐오면서 산업·경제는 물론 사회·문화 부문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고 있다. 거버넌스연구회 참여 위원들은 차기 정부가 이러한 시대 변화를 주도할 혁신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혁 인터젠컨설팅 대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해 정확한 예측과 전망은 물론 국가 차원의 전략 도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준모 서강대 교수는 “기업 혁신 동력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경우 외부 환경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혁신 동력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이 R&D에 적극 투자하고 개방형 기술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산·학·연의 역할에 맞는 R&D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하고, R&D와 조세 감면 수단을 병행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중산 숙명여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너무 거창하게 보는 것보다 우리나라처럼 제조업이 강한 일본이나 독일이 어떻게 산업 혁신을 하는지 살펴보고, 우리가 잘해 왔고 잘할 수 있는 제조업 R&D와 생산기술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기술 규제 개조와 신속한 산업 구조조정도 선결 과제로 언급됐다. '규제 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그동안 정부가 규제 개혁을 등한시했다고 비판했다. 신속한 규제 개혁으로 기술변화에 기업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공기업 개혁 필요

자원에너지 분야는 관련 공기업의 개혁 지속과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 정도진 교수, 박호정 고려대 교수, 우석진 명지대 교수 등 대부분 참여 위원들이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문주현 동국대 교수는 “에너지분야 정책이 비현실적일 수록 국가 경제와 국민 삶은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며 “선동적 구호와 표심에 따라 어설픈 정책을 성급하게 내놓기보다는 최소 100년 뒤를 내다보고 우리나라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자원 개발의 체계적인 투자 확대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희토류 등을 포함해 정권에 중립적인 입장에서 꾸준히 자원 개발이 이뤄지도록 관련 기능을 독립적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임기가 보장되는 해외자원개발위원회 등을 신설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에너지 개발 정책과 에너지 관리 등을 포함한 지속 가능 성장 정책 간 연계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ICT·과학기술, 과정 중시 R&D로 방향 전환 필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도 개인정보보호, 전자결제시스템 등 신생기술 확산을 막는 규제 개혁이 최우선 과제로 지목됐다. 정권 교체 때마다 부각된 엑티브엑스(ActiveX) 폐지도 거듭 제기됐다.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공공 기관 사이트에서 엑티브엑스가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ICT와 주력 산업 정책 간 정책적 정합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과학기술 분야는 단기성과 산출을 강요하는 R&D 수행체제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과학기술인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이 고비용·저효율 늪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경직된 R&D 관리가 연구 현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안준모 서강대 교수는 “그간 R&D 예산 비중이 늘면서 관리점검도 이에 비례해 강화돼 왔지만 R&D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무시하고 일반적인 관리기법이나 규정을 준용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혁신'의 중요한 원천이 '창의성'과 '도전성'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연구자에게 지나친 행정 부담과 감사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현 상황을 혁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버넌스연구회 위원들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PBS 제도를 폐기하고 연구원 인건비 전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학기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연구비 집행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옭아매는 연구비 관리 규정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연구비를 갖고 연구자를 관리하지 말고, 연구자를 믿고 제대로 된 연구 성과가 나왔는지를 갖고 평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처 간 정부 R&D 사업 영역 조정, 출연연 기능 재설계 및 법인 간 통합, 기업 R&D 지원 체계 혁신 등도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기술창업 붐·생계형 좀비 퇴출이 우선

중소·중견기업 분야에선 제대로 된 '성장 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히든챔피언, 강소기업 육성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2의 벤처 붐 조성 △생계형 좀비 퇴출 △창업금융 규제 개혁 △기술금융 및 기술보증제도 혁신 등 여러 과제가 언급됐다.

윤유식 중앙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5%를 차지하는 국가 R&D 효율화가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며 “정부 R&D 자금이 실제적인 R&D에 투입되도록 전반적인 체제 개편을 해야 하고, 특히 대학이나 공공기관의 R&D가 중소기업에서 활용되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경제 활력에 중요한 요소인 창업 활성화측면에서는 '기술창업 붐'을 일으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좀비기업 구조조정이 전제돼야 한다. R&D로 생존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없도록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문가 20인 꼽은 분야별 정책 우선 과제>


전문가 20인 꼽은 분야별 정책 우선 과제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