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배출권 맘대로 이월 못한다…시장 물량 달리면 예비분 유상 공급

남는 배출권 맘대로 이월 못한다…시장 물량 달리면 예비분 유상 공급

앞으로 남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다음 계획기간으로 이월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된다. 배출권이 남는데도 시장에 내놓지 않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그래도 시장에 배출권 공급 물량이 달리면 정부가 예비분을 유상 공급해 부족분을 메운다.

기획재정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배출권 거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여유 배출권의 적극적인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배출권 여유분을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으로 과다 이월하면 2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 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불이익은 일정 기준을 초과해 이월하면 초과 이월량 만큼 2차 계획기간 할당량에서 빼는 방식이다.

1차 계획기간 연평균 할당량 10%에 2만톤을 더한 것을 넘어서는 이월량에 대해선 초과분 만큼 할당량을 차감한다. 예를 들어 연평균 할당량이 100만톤인 기업이 20만톤을 이월하면 초과분 8만톤 만큼 할당량이 차감된다. 할당량 차감은 2차 계획기간으로 이월량이 확정되는 시점인 내년 7월 시행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예정된 2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 시, 할당량 일부(약 80%)만 우선 할당하고, 내년 7월에 나머지(20%)에서 초과 이월량을 차감하고 할당할 계획이다.

이월 제한 조치로 배출권 매도와 시장거래를 우선하고, 그래도 시장 배출권 공급물량이 부족하면 정부가 보유한 시장안정화 조치 예비분(1430만톤)을 유상 공급해 부족분을 해소하기로 했다.

2차 계획기간 수급 안정 대책도 마련했다. 2차 계획기간 차입한도를 15%로 조정하고, 첫 해(2018년) 차입비율의 50%를 다음 해(2019년) 차입한도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규정상 차입한도가 내년부터 20%에서 10%로 축소될 예정이기 때문에 차입한도를 조정하지 않으면 배출권 부족 기업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아울러 첫 해(2018년) 차입비율이 클수록 다음 해(2019년)에 차입한도가 많이 줄어들도록 해 차입물량을 점차 줄이도록 유도한다. 2018년에 15%를 차입하면 2019년 차입 한도가 7.5%로 줄고, 2018년 10%를 차입하면 2019년에도 10%를 차입할 수 있는 식이다.

배출권 시장 활성화도 꾀한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 등이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직접 시행하고 해당 사업에서 획득한 배출권을 국내에서 거래 할 수 있도록 세부 인정기준을 마련한다. 단순히 매매 거래 이외에도 스왑(Swap) 등 다양한 형태 배출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배출권 거래 신고와 관련한 절차도 손질한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유상할당 방식으로 배출권 경매를 매월 실시하면 배출권 거래량이 증가하고 배출권 가격도 적정하게 형성되는 등 시장 유동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배출권 시장에서 호가를 제시하고, 매입·매도 양방향 거래를 수행하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내년 도입해 유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도록 한다.

오일영 기획재정부 기후경제과장은 “배출권이 남는 데도 매도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월할 수 있는 양을 강제 제한해 거래를 유도하는 것”이라면서 “다음 해 할당량을 당겨쓰는 차입도 과도하면 기업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배출권 거래제=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해 할당한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허용하고, 여분 또는 부족분에 대해선 시장에서 사거나 팔도록 만든 제도다.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여력에 따라 직접 감축 또는 배출권 매입으로 의무량을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