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 "변화의 갈림길, 젊은피로 혁신 추구하겠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는 대학의료정보학회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우리나라 의료정보 발전을 위한 학술적 역할을 넘어 산업 육성 기치를 내걸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변화에 중심에 학회 역사상 첫 40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래웅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과 교수가 있다.

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
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

1월 부임한 박 이사장은 1969년생으로 올해로 49살이다. 50세를 바라보지만 역대 이사장 중 가장 젊다.

박 이사장은 “대한의료정보학회는 우리나라 의료정보 발전에 획을 그었지만, 앞으로 30년을 위해서는 다양한 도전과제에 직면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젊은 이사장을 뽑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의 시발점으로 산업계와 소통을 꼽았다. 학회는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 병원에 OCS(처방전달시스템), EMR(전자의무기록) 등 정보화 시스템 구축에 앞장섰다. 보안, 데이터 표준 의료정보 이슈를 선도적으로 수용하는 역할도 도맡았다. 다만 모든 일이 학회 회원, 즉 의사들끼리 이뤄졌다는 것은 한계다. 의료정보 영역 특성상 산업계 목소리를 듣고 협업할 기회가 필요했지만 부족했다.

박 이사장은 “의료정보 분야는 의사와 엔지니어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신 ICT 기술이 주목받는 현 시점에서 기업 역할은 중요하다”며 “처음으로 산업계를 대표하는 두 분을 학회 이사진으로 모셨고, 정기적으로 업계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의견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음 변화로 정체성 재확립을 추진한다. 학술적 역할에 치중했던 기존 방침에서 탈피, 의료정보 산업 발전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낸다. 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던 의료정보 표준·활용부터 민감한 원격진료 허용 여부 등도 정부나 관련 기관, 언론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그는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사회정의 관점에서 필요한 의견을 표출할 예정”이라며 “의료협단체 관계를 고려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원격진료에 대해서도 학회 차원에서 발전 방안을 고민 하겠다”고 말했다.

의료 정보화 역량 강화도 핵심 추진 사안이다. 첨단 ICT 기술로 의료 정보화 환경도 급변한다. 신속한 교육이 뒤따라야 하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업무 환경이 다르다보니 프로그램 마련도 쉽지 않다.

그는 “병원은 다양한 진료과가 있는 다학제 시스템인데다 의사, 간호사, 연구자 등 업무 환경에 따라 배경지식이 달라 의료 정보 교육 프로그램 구성이 쉽지 않다”며 “올해는 배경 지식에 맞춰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1~2일간 이뤄지는 집중 교육 과정도 만들어 첨단 기술을 수용할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 의료 서비스와 ICT 기술을 보유해 의료정보 산업 발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대형종합병원 중 전체 예산에 10%를 ICT에 투자하는 곳은 1~2군데 밖에 안된다. 박 이사장은 환자 진료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병원 구조에 원인을 찾는다. 병실을 늘리고 유명한 의사를 데리고 오는 것만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ICT 투자 필요성을 못 느낀다.

박 이사장은 “병원이 ICT가 아닌 환자 확보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ICT 투자가 환자를 확보하고, 그 수혜가 다시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선순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의료정보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만 확대하라는 압박이 아니라 적절한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미국, 유럽 등은 병원이 ICT에 투자해 경영 효율성, 환자 건강 확보 등 성과를 내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동기부여를 위해 우리 정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