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신생 국제표준 활동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참여율이 정회원(P멤버) 기준으로는 9위나 되지만 새로 생긴 표준개발 위원회 참여는 극히 저조하다. 현재 표준도 중요하지만 잠재력과 성장성이 더 큰 신설위원회 중심으로 표준활동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표준협회는 'ISO·IEC 표준개발위원회 동향 분석과 한국 참여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ISO·IEC 표준개발 위원회에 참여하는 우리나라 P멤버는 679명으로 영국·독일·미국 등 주요국에 이어 아홉 번째로 많다. ISO·IEC 전체 위원회 중 73%에 P멤버로 참여한다. 준회원(O멤버)은 213명으로 9개 주요국(영국·독일·중국·일본·프랑스·미국·이탈리아·러시아·한국) 중 가장 많다.
국제표준 활동을 주도하는 주요국은 P멤버를 중심으로 국제표준 활동을 전개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O멤버 비율이 높다. 그만큼 P멤버로 참여 못해 누락되는 위원회가 많다는 뜻이다.
P멤버는 해당 위원회 문서 회람과 개발 중인 표준안에 의견 제시·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 반면에 O멤버는 해당 위원회 문서 회람과 표준안에 의견 제시는 가능하나 투표권은 없다.
서경미 표준협회 표준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P멤버는 지속적으로 국제표준 활동에 참여하고 투표 사항이 떴을 때 투표한 문서 확인을 계속하면서 투표할 수 있는 전문가와 위원회의 높은 분담금이 필요하다”면서 “P멤버로 참여할 만한 역량 있는 전문가가 없거나 지속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O멤버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P멤버로 참여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넓다. 상대적으로 활동이 정체된 위원회에도 P멤버로 활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P멤버가 아닌 위원회의 수는 지난달 기준 ISO·IEC 각 38개·15개로 총 53개다. 이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8개 주요 표준국이 모두 P멤버인 위원회는 ISO·IEC 각 18개·11개로 총 29개다. 설립이 5년 이상 경과하거나 우리나라가 P멤버로 활동 중이면서 개발하는 표준안이 없는 위원회는 ISO·IEC 각 60개·6개로 총 66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국제표준 활동 전략을 최근 신설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정된 예산 등을 감안해 효율을 높일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 연구원은 “표준개발이 없는 기간과 원인, 위원회의 활동 현황 분석과 추후 대응 방식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위원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온 전문가 간에 장기간 축적된 네트워크가 표준개발 과정에 큰 자산임을 고려해 다각도로 분석한 운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5년 내 신설된 위원회에서 주요국·산업계에서 관심이 크고 표준안 제정 활동도 활발한 위원회 중심으로 P멤버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신설된 ISO·IEC 기술위원회·산하 분과위원회 64개 중 29개 위원회에 P멤버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중 뇌물방지경영시스템·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전기에너지효율제품·신재생에너지 그리드 통합 등은 최근 빠르게 표준화가 전개되는 위원회로 꼽힌다.
정부는 최근 착수한 신설 위원회 대응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산업계와 밀접한 전통제조 관련 위원회부터 대응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최근 신설된 위원회는 산업계 밀접도를 파악하는 연구를 수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