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견기업이 스타트업 지분 매각으로 약 580억원 대박을 터뜨렸다. 중견기업에서 성공적 회수사례가 발생하면서 중소·중견기업계에서도 스타트업 투자와 협업 기대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면도기 제조업체인 도루코가 미국 스타트업 '달러쉐이브클럽(이하 DSC)' 지분 매각으로 5342만달러(약 589억원)에 달하는 자산처분이익을 올렸다. 도루코가 최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도루코는 지난해 매출액 2578억원, 영업이익 472억원을 기록했다. 한해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적잖은 수익을 스타트업으로 벌어들인 셈이다.

DSC는 2012년 설립됐다.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상품을 제공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를 활용했다. 소비자가 1달러(첫달)를 내면 면도기 1개와 추가 면도날 5개를 배송해준다는 마케팅으로 유명해졌다. 2중날, 4중날, 6중날 세 가지 제품을 고를 수 있다. 4중날 면도기 기준 매달 6달러를 내면 달마다 새 면도기를 받아볼 수 있다. 도루코는 DSC에 제품을 공급했다. 2016년 7월 DSC는 유니레버에 10억달러(우리돈 약 1조1000억원)에 인수합병됐다.
도루코는 2012년 9월 DSC와 면도기와 면도날 장기수출공급계약권(2012년~2019년)을 맺었다. 이와 함께 도루코가 DSC 우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도루코는 DSC 우선주 151만3398주를 주당 0.8177달러에 매입하는 콜옵션을 보유했다. DSC와 안정적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매출채권담보를 확보하려는 차원에서였다.
도루코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유니레버에 DSC가 인수합병되면서 도루코는 보유하고 있던 DSC 우선주를 매각하면서 이윤을 낼 수 있었다.
도루코의 성공사례로 중소·중견기업계에서도 스타트업에 더 큰 관심이 쏟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계가 스타트업으로 거액 이윤을 창출한 사례가 현재까지는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사례가 스타트업을 향한 기업계 전반의 관심도를 높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국민대학교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 협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성공사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성공사례는 웬만한 정부지원보다도 효과적인 시장자극제”라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