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무역흑자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아닌 높은 저축과 저상장 경제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될 것으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측에 대응할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신승관)이 6일 발표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환율 때문인가?'보고서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경상수지 흑자를 단순히 환율과 연계하는 것은 다양한 환율결정 요인을 등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율요인보다 저유가, 기술경쟁력 차이, 글로벌 공급망같은 비환율 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GDP대비 3% 이상)와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 달러 이상)를 이유로 미국 재무부 모니터링 리스트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한 국가의 경산수지는 총 저축에서 국내 투자를 뺀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은 저축율이 투자율보다 높고 초과분을 해외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사회보장제도 미비에 따른 저축 증가와 높은 가계부채,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해 소비가 부진하다. 높은 임금과 경직된 노동시장은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 해외투자를 선호하게 해 국내 투자 위축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양 국간 경기문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경기 확장 국면인 미국은 수입 수요가 증가하고, 저성장 기조의 한국은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수출액은 늘지 않았지만 무역흑자는 확대되는 '불황형 흑자'를 보였다.
보고서는 한국이 제조업 분야 비중(30.2%)이 미국(12.3%)을 크게 상회하는 것도 상품 분야 흑자를 내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또 에너지 자원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 특성상 유가 하락도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수지 흑자만을 근거로 환율조작과 연결시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면서 “미국에 한국의 경제·사회적 구조적 요인, 산업 경쟁상 문제, 특수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