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달과 똑같은 환경을 구현해 우주기지를 짓는 실험이 시작된다. 이게 성공하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도 달에 우주기지를 건설할 수 있게 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이태식·이하 건설연)은 올해 말부터 진공상태의 거대 챔버에 달 표면 흙인 월면토 1톤가량을 깔고 우주선이 제대로 이동하는지 시험한다고 6일 밝혔다. 달에서 벽돌 같은 것을 만들어 낼 3D프린터가 월면토를 이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신휴성 건설연 극한건설연구단장은 “지구와 중력, 토양, 기압까지 다른 달에서 건축물을 만들려면 숱한 실험을 해야 한다”면서 “달과 화성에서 우리가 가진 건설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달과 같은 우주 환경을 재현하고 기술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검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연은 '대형 지반열진공챔버'를 연내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는 파일럿 스케일의 지반열진공챔버를 이용해 시험하고 있다. 국내에 진공챔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있지만 달 환경을 재현한 챔버는 없다. 대형 챔버는 파일럿 챔버보다 50배 이상 크게 만들어져 1톤 이상 월면토가 들어갈 예정이다.

세계 각국은 달, 화성 등에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유럽우주국(ESA)은 지난해 2월 달에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문빌리지(Moon Village)'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이 처음으로 우주기지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우주건설' 경쟁이 시작됐다.

콘크리트나 철골, 물 등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달에 있는 흙이나 돌을 활용해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 건축에 필요한 건설장비나 재료는 로켓의 하중 제한 때문에 지구에서 우주로 가져가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선 건설연이 월면토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이용해 달 콘크리트인 '폴리머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태양광을 동력으로 이용한 3D프린터를 달에 가져가 벽돌 등을 만들고 기지를 짓겠단 계획이다. 우주 3D프린팅 기술은 달 자원을 활용해 달 착륙장, 유인 거주시설 등을 건설하는 기술이다.
신 단장은 “대형 챔버는 이르면 연말에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주 건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예산을 조금만 투자하면 빠르게 앞서갈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우주 건설은 지구 건설기술을 활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면서 “건설연은 바닥을 뚫는 드릴링 등 각종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조금만 바꿔 달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