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성일)이 화상 치료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임시 피부를 국산화했다. 기존의 독일 제품보다 성능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 화상 치료에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생기원은 김태희 산업융합섬유그룹 수석연구원팀이 셀룰로오스 유도체를 기반으로 하여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임시 피부 개발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임시 피부는 화상 환자가 드레싱 치료를 할 때 받는 고통을 줄여 준다. 드레싱 치료는 상처 부위에 약을 바른 뒤 거즈를 붙이는 과정이다. 거즈는 거의 매일 교체해 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증이 거즈를 파고들면서 환자에게 고통을 준다. 임시 피부를 화상 부위에 붙이면 상처와 거즈가 직접 닿지 않아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량 독일 수입 제품이 사용됐다. 가격은 한 장이 몇 만원에 이른다.

연구팀은 양산 공정을 개발, 임시 피부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국산화한 임시 피부는 '전기방사'로 만든 나노섬유를 쌓아 만든다. 기존의 노즐 방식은 기기 관리가 어려워 대면적 제작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와이어에 고분자 용액을 코팅, 대량으로 방사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또 생분해성 고분자에 친수성이 뛰어난 '셀룰로오스 유도체(CMC)'를 더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나노웹 표면 처리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보다 많은 진물을 흡수, 외부로 배출시킨다. 흡수성은 임시 피부 투명도와도 직결된다. 국산화 임시 피부는 체액과 닿는 즉시 투명해진다. 표면의 기공이 액체로 메워지면서 빛 반사량이 줄어드는 원리다. 이 때문에 화상 부위를 한눈에 관찰할 수 있다.
균과 박테리아를 막는 기능도 뛰어나다. 연구팀은 임시 피부에 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기공을 형성했다. 물과 공기는 통과시키지만 외부 유해 물질은 효과적으로 막는다.

장기 유착 방지재, 복합형 창상 피복재, 세포 배양 지지체 등 다른 바이오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임시 피부로 상처 감염 여부와 치료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도 추가 연구할 예정이다.
김태희 수석연구원은 “고성능 임시 피부를 낮은 가격으로 국산화하는데 성공, 화상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관련 기술을 갈고 닦아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