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18년 만에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을 떠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HPE는 이르면 8월 여의도 HP빌딩에서 나와 인근 케이타워(구 미래에셋생명빌딩)로 이전한다. 올해 초 사옥이전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최근 직원에게도 관련 공지가 나갔다.
새로 입주하는 케이타워는 최근 준공한 빌딩이다.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로, LX한국국토정보공사 서울지역본부 뒤편에 자리한다. HP빌딩에서는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이전 대상은 한국HPE 전 직원이다. 현재 HP빌딩 14층에서 19층까지 약 700명이 근무한다. 이전 시 2~3개 층만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케이타워는 층당 전용면적은 HP빌딩보다 1.5배가량 넓은 500평에 달하지만 면적당 임대료는 서로 비슷하다”면서 “새로 입주하면서 3개 층 넘지 않게 계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터프라이즈서비스(ES), 소프트웨어(WS) 등 매각 사업부는 HP빌딩에 남는다. 150~170명 수준이다. 작년 인수한 삼성전자 프린트 사업부가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둘로 쪼개진 한국HPE와 한국HPI는 사무공간까지 분리되며 완전히 독자노선을 걷게 됐다.

한국HPE 이전은 계약만료가 주된 이유다. 2012년 HP빌딩을 매각하면서 5년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이 만료되면서 재계약을 고심했다. 현 건물구조가 원형으로 돼 공간효율성이 떨어진다.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도 어렵다고 판단해 이전을 추진했다.
함기호 한국HPE 대표는 “현 사무실 장기임대 계약이 끝남에 따라 이전을 결정했다”면서 “업무효율성, 노후 건물 등을 고려할 때 옮기는 게 여러모로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한국HPE가 이전하면 'HP빌딩' 명칭은 더 이상 쓰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옛 한국HP는 1999년 고려파이낸스빌딩을 700억원에 매입했다. 여의도는 물론 우리나라 ICT기업을 대표하는 건물로 자리 잡았다. 2012년 약 2000억원에 매각하면서 회사를 대표하던 커다란 '한국HP' 간판도 떼버렸다.
한국HPE 주력 사업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HW)다. 시장 성장이 정체되면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작년 HW 각 분야를 통합해 데이터센터인프라스트럭처그룹(DCIG)으로 재편했다. 클라우드, SW를 합쳐 SW디파인앤클라우드그룹(SDCG)으로 전환했다. 공공, 제조, 통신, 금융 등 사업부분별 영업 조직을 효율화했다. 조직개편에 이어 사옥 이전으로 분위기 전환을 기대한다.
IT업계 관계자는 “HW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왓슨을 내세운 한국IBM과 달리 한국HPE는 여전히 한국 시장에서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면서 “새 사옥으로 이전해 독자노선을 강화하는 만큼 시장에 새로운 메시지를 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