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업계에 인공지능(AI) 열풍이 분다. 사물인터넷(IoT) 가전에서 한층 진화했다. 가전 스스로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분석, 기기 운용을 제어한다.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는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다. 인공지능 가전제품을 가진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허브를 가진 아마존, 에코 등 글로벌 기업이 경쟁한다. 인공지능은 사물인터넷과 결합해 스마트홈을 완성한다는 점에 '가전 산업 미래'로 불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인지·인공지능 시스템 시장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연평균 55.1%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규모는 2016년 80억(약 9조3000만원)달러에서 2020년 470억달러(약 5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 가전을 선도한다. 두 업체는 지난해부터 사물인터넷 가전에 이어 인공지능 가전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파트너십이나 기업 인수를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한다. LG전자는 오픈 플랫폼에 참여하는 협업 모델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업데이트를 통해 갤럭시S8에 적용하는 AI 플랫폼 '빅스비'와 자사 가전제품을 연동할 계획이다. 빅스비를 처음 적용할 삼성 가전제품은 패밀리허브 냉장고다. 최근 출시한 패밀리허브 2.0은 음성인식 기능을 장착했다. 음성인식으로 인터넷 검색, 쇼핑, 일정관리, 라디오 실행이 가능하다.
빅스비 연동은 다양한 부가가치도 창출할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선택해 여름과 겨울철 냉장고 온도를 제어한다. 날씨에 따라 사용자가 선택하는 메뉴를 기억해 추천해줄 수 있다. 스마트폰과 냉장고를 연동해 식료품 쇼핑부터 결제,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서비스 창출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냉장고를 시작으로 에어컨 등 다른 가전제품에 인공지능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람이 기계 언어를 알아들어야 했다면 이젠 기계가 사람 말을 이해하고 알아서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인공지능 딥러닝과 클라우드 연결성으로 사람과 가전이 대화하듯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올해를 인공지능 가전 확대 원년으로 선포했다.
LG전자는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인공지능(AI) 냉장고, 로봇청소기, 드럼세탁기 등을 선보였다. 회사는 주요 가전에 인공지능 기술을 확대 도입해 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LG 인공지능 가전에는 독자 개발한 딥러닝 기술 딥씽큐(DeepThinQ™)를 탑재했다. 인공지능 가전은 고객 사용패턴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분석한다. 사용자에게 최적화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LG전자 인공지능 가전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소비자를 이해하는 가전을 지속 출시해 AI가전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중견 가전업계에도 인공지능 가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 SK매직은 인공지능 공기청정기, 캐리어에어컨은 인공지능 에어컨을 선보였다.
가전 기업이 인공지능 가전을 선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인공지능 가전은 프리미엄 가전으로 분류돼 가격대가 높다. 기술 장벽이 높아 후발 주자와 기술 격차를 벌려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가전제품과 연동하는 AI 스피커 등을 통해서다. 가전을 제어하는 허브라는 점에서 향후 플랫폼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선두주자는 아마존이다. 300만대 이상 판매한 에코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한다. 에코에는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탑재했다. 알렉사는 사용자 음성을 인식해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 결과를 알려준다. LG전자, 레노버, GE, 화웨이 등이 선보인 신제품은 알렉사와 연동한다. 아마존은 이처럼 오픈 플랫폼을 중심으로 각 가전업체, 스마트폰 제조사와 연동해서 '아마존 AI생태계'를 확대한다. 아마존은 기술 공개를 통해 인공지능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도 펼친다. 아마존은 2015년 알렉사용 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개발자키트(SDK)를 공개했다.
구글이 만든 구글 어시스턴트와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등도 인공지능 생태계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나 구글이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하는 규모와 기술 진화 속도가 엄청난 상황”이라면서 “가전 제조사와 IT기업간 인공지능 가전 분야 주도권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