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내 성사될 것으로 보였던 발전공기업의 기업공개(IPO)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상반기 1곳 상장에 이어 하반기 추가 1곳 상장이 예정됐지만,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전력공기업 상장이 새정부 출범 뒤 원점 재검토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9일 전력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상장 추진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에 대해 정산조정계수 재조정 작업이 먼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을 위한 기업실사 과정에서 정산조정계수가 예상했던 것보다 실적 전망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아예 주식시장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지적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두 공기업 중 한 곳은 지난달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상반기 상장이 가능했지만 이 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산조정계수는 발전사가 한전에 파는 전력가격에 적용되는 할인율이다. 일반적으로 1보다 작은 계수를 적용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도매시장 가격 보다 싸게 전기를 구입한다. 원전이나 석탄화력 등 저원가 발전소 고수익과 과도한 전력구입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발전공기업 상장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조정계수가 사실상 이들 기업의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이지만, 이에 대한 결정권이 발전사에 없다는 점이다. 상장 뒤 발전사 가동에는 문제가 없었더라도 조정계수가 떨어지면 최종 제품인 전력가력이 낮아지면서 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2015년 5월에 신설된 발전사별 조정계수 적용 조항도 논란이다. 기존 조정계수는 원전·석탄·LNG 등 연료원 별로 같은 계수가 적용됐다. 할인율을 적용하긴 했지만 동일 조건에서 경쟁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지금은 발전사 별로 다른 계수가 적용되면서 같은 양의 전력을 팔아도 수익이 다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공기업 간 이익균등화를 위한 불공정 경쟁 조항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이 조항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비중이 많은 다른 발전공기업이 적자가 예상되면서 도입됐다. 발전소 공급이 늘어나자 원가가 비싼 LNG발전소 가동이 줄어들었고, 수혈차원에서 이례적으로 LNG 계수를 1로 책정하면서 석탄화력 조정계수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석탄 실적이 높은 남동발전은 과도한 수익이 도마에 올랐고, 결국 사업자별로 계수를 차별화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상장 대상인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은 다른 발전공기업 대비 낮은 조정계수를 적용받고 있다. 현 조정계수 체제로 상장이 되면 시장논리에도 위배되고, 투자자 입장에선 다른 발전공기업 실적보전에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 실적이 전용된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조정계수 자체는 유지하면서 체계를 수정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지난달 민간발전에도 조정계수를 적용한 상황에서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조정계수가 발전공기업 적자를 예방하는 측면도 있지만, 시장경제 측면에서는 인위적인 가격 조정이 될 수 있다”면서 “제도 수정으로 전력그룹사 간 수익조정 문제에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발전공기업 상장이 한없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이미 정부 방침이 선 만큼,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상장은 이뤄질 것”이라며 “관련 제도 정비는 계속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