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계가 중국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에 휘말렸다. 중국 사업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실적 감소 등 피해를 입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을 기점으로 중국 사드보복이 본격화됐다는 반응이다.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A스타트업은 지난달부터 거래량이 급감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매달 60% 이상 거래량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3월 역성장했다. 내부 요인이라고 치부하기엔 급격한 반전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은 약 37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9%가 감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기업 대표는 “중국과 한국에서 투자유치 의사를 밝힌 벤처캐피털(VC)과 투자를 논의 중이었지만,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사드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투자금을 송금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고, 국내 VC에서도 추세를 좀더 살펴보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개발하는 B사도 중국 사드 불똥이 튀었다. B사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개발, 중국 유명 퍼블리싱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판호(게임 서비스 권한)를 받고 현지 출시가 목전이었다. 그러나 퍼블리싱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요구했다. 결국 다른 퍼블리싱 회사와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고스란히 더 투입됐다.
스타트업계는 중국발 사드보복이 현실화되면서 피해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피해를 호소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중국 진출을 목표로 하던 스타트업이 사드 사태를 계기로 진출국가를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업계에도 불안감은 그대로 전해진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중국VC가 진행하던 투자가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VC업계에서도 중국 사드 리스크 때문에 중국 진출 스타트업 투자에 신중해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은 물론 정부로서도 대안으로 진출국가 다변화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결국 새로운 국가에서 오랜 시간 파트너십 관계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으로서는 시간과 돈이 이중으로 들어가 큰 부담이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중국시장을 주로 노렸던 스타트업으로서는 밸류에이션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자로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기관 지원을 받으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