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전기차 충전표준도 손볼 때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704/941643_20170407171646_125_0001.jpg)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을 달리는 전기자동차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도 했지만 더 핵심적으로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서 기대 이상의 장거리 주행이 가능해졌다. 최근 일본 미에현 이세시에서 '차데모(CHAdeMO) 1.2버전 기술 전시회'가 열렸다. 글로벌 전기차 충전 표준 2위인 차데모가 1위 '콤보(Combo)'를 따라잡기 위해 사용자 편의를 강조한 차세대 충전 기술 규격을 앞서 공개했다.
도쿄전력과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전기차업체 중심으로 결정된 차데모협회는 급속충전 출력 용량을 기존 50㎾에서 150㎾ 이상으로 늘리면서 하나의 충전기로 전기차 두 대를 동시에 충전하는 기술 규격을 내놓았다.
30㎾h 배터리를 단 전기차 충전 시간이 종전 30~40분 걸렸다면 앞으로는 10분 이내로 줄어든다. 차데모는 새 규격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도 급속 충전할 수 있도록 해서 화제를 모았다. PHEV는 일반 전기차 배터리 용량 10% 정도의 배터리를 쓰기 때문에 급속 충전 요구가 거의 없을 거라는 편견을 깼다.
이번 행사에는 고용량(60㎾h) 배터리를 장착한 닛산 신형 '리프'를 비롯해 각종 PHEV 모델 등 글로벌 유력 전기차 모델과 충전기 간 연동 테스트도 이뤄졌다. 차데모협회는 앞으로 토요타 등 전기차 제작사 회원사와 함께 일본 전역에 150㎾급 급속 충전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 제작사도 앞으로는 100㎾ 이상 충전이 가능한 규격을 전기차와 PHEV에 적용하며 차데모 표준과 보조를 맞춘다.
유럽 차인(Chain)협회도 최근 콤보 충전 규격을 50㎾에서 최대 350㎾로 늘리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조만간 상향된 기술 규격도 발표한다. 차인 협회 역시 폭스바겐, BMW 등 유럽 전기차 제작사 위주로 결성된 만큼 앞으로 이들 규격을 쓰는 전기차는 시장을 급속도로 넓혀 갈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급속 충전 단체 표준은 여전히 50㎾다. 아직까지 출력 규격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그 어디에도 없다. 100㎾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를 구매했다 하더라도 충전 용량은 50㎾가 최대치다. 충전 기준이 없다 보니 50㎾ 이상 충전기에 대한 안전 인증도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전기버스에 사용되는 충전설비(100㎾급)는 어쩔 수 없이 무인증 제품을 쓴다. 안전사고 우려까지 나온다.
승용 전기차 역시 고출력 충전이 가능한 차량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출시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75㎾), 쏘울EV(75㎾), SM3 Z.E.(46㎾), 볼트(50㎾), i3(50㎾) 등 대다수는 여전히 50㎾로 맞춰졌다. 반면에 테슬라 모델S(125㎾)나 닛산 리프(100㎾)는 100㎾ 이상을 지원한다.
우리나라 충전 표준은 유럽이나 일본처럼 독립적인 충전 표준 없이 직류(DC)차데모, DC콤보(타입1), 교류(AC) 3상 등 3종을 모두 수용한 단체 표준을 쓴다. 최근 정부가 국가 단체 표준을 콤보(타입1)로 통일하기로 해 앞으로 경제성은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충전 속도만큼은 세계 추세를 따라갈 수 없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출력 급속 충전 규격 마련이 시급하다. 고출력 급속 충전으로 충전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 증대는 물론 주유소 사업자와 같은 충전 서비스 시장도 늘어날 것이다. 충전 표준 문제, 더 늦으면 안 된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