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책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 시작돼야 한다. 대선 때마다 각 후보는 유권자에게 지지를 받기 위해 새로운 대기업 정책을 발표한다.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도 있었듯 이번에도 적폐청산이나 공동성장 등 다양한 구호가 들린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직면한 경제상황은 과거 우리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저성장'에 배경을 둔다. 대기업 정책도 기업의 근본 문제인 '생존'부터 생각해야 한다. 생존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경제민주화, 적폐청산, 공동성장 등은 헛된 외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은 기계화,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 3차 산업혁명은 자동화,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4차 산업혁명 까지 이런 변화를 이끈 동력은 '사회적 가치창출'에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유명 브랜드 제품 구매에 따른 사회적 동질화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한땀 한땀 만든 장인의 수제화를 선호한다. 대량생산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기가 지났다는 의미이다.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 초기 기업 가치는 배당에 의해 결정된다는 배당할인모형이 지배적인 시기였다. 그 시절에는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이 곧 생존가능성이 높은 것이었다. 그러나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면서 배당보다는 미래현금 흐름이 기업가치를 결정한다는 현금흐름 할인모형이 지배이론이 됐다. 그리고 기업 목표는 현금을 창출하는 '이익'을 높이는 것이 됐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이익'이 기업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까. 본질적으로 지금까지 산업혁명 변화를 이끌어 왔듯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속하지 못할 것이다.
저성장을 배경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정부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 사회적 가치 창출과 연결되는 '조세정책'이 요구된다. 그러려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주장이 명확해야 한다. 이를 측정·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대기업은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으므로 글로벌 관점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요구된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 dj1730@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