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전자문서센터, 명맥유지에 안간힘

공인전자문서센터, 명맥유지에 안간힘

공인전자문서센터(공전소)가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국내 시장에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시장 규모는 3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공전소는 금융권 등에서 보관 중인 종이문서를 스캔해 전자문서로 대행 보관해 준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에 근거해 출현했다. 문서 생성 업체나 기관이 아닌 제 3자가 보관하는 형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대 9개였던 공전소가 하나아이앤에스, LG CNS, KTNET, 더존비즈온 등 4개만 남았다. 삼성SDS도 '다큐브'라는 브랜드로 뛰어들었지만 철수했다. 제3자 보관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시장 확대를 막았다. 기업 내 주요 문서를 별도 기관에 맡기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기업 문화가 발목을 잡았다.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체 보관하는 비율이 높다. 게다가 보관 자료가 많으면 하나아이앤에스처럼 금융기관이 자회사를 통해 직접 공전소 사업을 하기도 한다.

공공 측 수요도 많지 않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해 생산·접수한 기록물과 개인 또는 단체가 생산·취득한 기록정보 자료는 국가기록원에 보관토록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전소 제도를 도입해놓고 공공 측 수요는 막아놓았다”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전소가 저장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자료를 창고에 넣고 문을 잠그는 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보관 안정성은 우수하지만 다시 꺼내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에 비해 검색 속도가 느린 것도 단점이다.

정부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것도 동력을 잃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애초 공인전자문서센터 지정은 산업자원부가 주관했다. MB정부 때 지식경제부로 이관됐다가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제도혁신과에 담당한다. 담당 부처가 10년 만에 세 번 바뀌면서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은행을 비롯한 수요자 측에서는 자체 스캔한 문서를 원본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 장표나 전표 등을 스캔한 전자화 문서가 원본 인정을 못 받기 때문이다. 공전소를 이용하려면 공인받은 '신뢰 스캔'으로 다시 작업해야 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약국 처방전이나 공공 기록물을 공전소에 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앞으로 시장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