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지식재산총연합회(한지총) 창립기념 '4차 산업혁명과 지식국가 발전전략' 심포지엄이 열렸다. 발제자인 김태유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길을 묻다: 4차 산업혁명과 국민의 행복'이란 주제로 과거 산업혁명을 재조명하고 국가발전 기본원리를 제시했다. “우리가 바라는 4차 산업혁명은 일어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단호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우리가 만들지 않으면 우리가 바라는 4차 산업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래학을 창시하고 하와이대학교에서 수십년간 후학을 양성한 짐 데이토 교수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미래 제1법칙과,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라는 앨런 케이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가 바라는 4차 산업혁명을 만들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의 첫 번째 특징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신기술과 이들간 '융복합'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지식재산 역시 융복합적 특징을 지닌다.
일례로 중국은 인공지능이 구현된 드론 신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신제품 상표와 디자인은 별도로 구분하더라도 드론 제품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GPS 기반 자율비행, 동영상 촬영 및 압축 저장 등의 기본 기능을 위한 소프트웨어에 표적 인식, 충돌 방지를 위한 동영상 신호 처리, 목표 추적 등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융복합할 수 있다. 또한 촬영한 동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 SNS로 전송하는 경우 근거리센서네트워크 연동 기술을 추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한 제품에서 여러 융복합 특성을 지니는 지식재산이 창출될 수 있다.
지식재산 중에서도 특허를 창출, 활용, 보호 3단계로 구분하면 창출 단계인 특허청 심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특허 심사 속도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할 수 있지만 품질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신기술이 융복합된 특허를 현재처럼 특정 기술 분야의 전문 심사관 한 명이 도맡아 심사하면 심사 품질은 더욱 나빠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지식재산 제도 개혁의 첫 단추로 특허 심사 제도를 2단계로 구분해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특허 출원서 내용을 기준으로 융복합기술로 판단되는 경우, 현재와 같이 1인 심사관의 1단계 심사를 거친 후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2단계 심사를 추가로 실시해 등록 또는 거절 여부를 결정하는 2단계 심사방식이다. 이를 통해 창출 단계에서 심사 품질이 개선되는 경우 등록된 특허는 더 강한 특허가 되고 등록이 어려운 특허는 미리 걸러내 현재 50%를 초과하는 특허 무효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보호 단계에서 특허 무효율이 개선되는 경우 지식재산 가치가 높아지고 투자·대출 등 활용 단계에서 지식식재산금융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혁명의 두 번째 특징으로 '데이터혁명'을 들 수 있다. 모든 산업이 기존의 수직계열을 벗어나 수평적으로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의 각종 센서와 시스템으로부터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돼 서버에 저장 관리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거시적 분석을 위한 빅데이터는 물론이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리틀데이터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해야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재빨리 제공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종 시스템과 서비스 간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려면 산업별로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기반의 데이터 공유 플랫폼에 접속해 상호 연동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API 스토어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API를 활용해 응용시스템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물인터넷 데이터공유 플랫폼을 통해 연합하는 경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물인터넷 데이터 공유 플랫폼 실증 테스트베드를 시범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실증 테스트베드를 추진해 사물인터넷 데이터 공유 플랫폼에 중소기업들이 연합하고 해외 기업까지 합류하면 내수 시장이 좁은 한계를 탈피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절호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미래 비전과 전략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실행하는 리더십이다. 법과 제도를 개혁하고 부처간 벽을 허물어 실효적으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려면 컨트롤타워로써 국가 거버넌스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지식재산부와 청와대에 대통령을 보좌할 지식재산정책 수석을 신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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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