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에 사회 관심이 뜨겁다. 유권자들은 넘쳐나는 정치 뉴스와 대선 후보별 공약을 스마트 디바이스로 살펴보며 적임자 선택에 고심한다. 각 후보들도 민심을 잡으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한다. ICT가 대한민국 정치 판도를 바꾸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ICT가 가져온 정치활동의 변화와 시사점에 대해 알아본다.
◇ICT, '스마트 정치인류' 탄생시키다
당초 정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철인정치' 이론이나 로마시대의 원로원, 동양의 유교, 중세 가톨릭, 왕조국가 등 근세 이전의 정치는 상류층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국가 경제력이 높아지고 지식수준과 의식을 성장시킨 시민계급이 정치적 주도권을 일반 대중에까지 가져왔다.
대한민국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1910년 경술국치일 전까지 한반도 내 고·중세 ·근대국가에서부터 광복 이후 1988년 5공화국 막바지까지 언제나 정치 주도권은 기득권에 국한돼 왔다.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대중의 기본생활 보장이 이뤄지는 시점부터는 상황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본권 보장이 이뤄진 대중이 점차 지식수준의 향상과 의식의 함양을 꾀하면서 정치문화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1987년 민주화항쟁을 비롯해 다수의 민중궐기와 노동운동이 일어난 것도 대중의 의식발전과 흐름을 같이한다.
20세기 말부터 비약 발전한 ICT는 이 같은 대중의 정치의식이 성숙한 시민문화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대중은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망의 전국단위 개통과 1인 1스마트폰 시대 속에서 자유롭게 정보망에 접속, 여러 경로로 정치 이슈와 지식들을 습득하게 됐다.
특히 ICT 활성화에 기초한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온라인미디어, 유튜브·판도라TV 등 동영상 채널이 등장해 딱딱한 정치 이론이나 지식을 쉽게 변환해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정치관련 주요 이슈나 사건을 글과 영상, 사진 등 다양한 형태로 전달해 대중의 정치의식과 지식 욕구를 채웠다.
디시인사이드 등 커뮤니티형 홈페이지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밴드 등 소셜 애플리케이션은 대중의 정치적 의견이나 지식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해 정치인 팬클럽이나 후원조직 등 오프라인 단체까지 끌어들였다. 포털 사이트는 물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 대부분 사이트에 존재하는 게시판은 댓글문화라는 풍조를 만들어 내며 대중의 정치참여도와 성숙도를 높였다.
사회문화계 한 관계자는 “ICT는 대중의 정치수준 발전을 이끈 하나의 촉매제”라며 “앞으로도 ICT 기저의 빠른 정보의 유통은 민의를 반영한 정치체계의 정착과 국민 성숙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CT, 대의제 넘어 새로운 민주주의 형성하다
ICT는 대중의 정치의식과 시각을 높여주면서 정치 리더들의 견해와 행동을 바꾸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정치인들은 거시적 관점 위주로 행보를 펼치는 경우가 많고, 소통력이 부족해 민의를 거스르는 일도 잦았다. 대중에게는 정치인이 단지선거철에만 표심잡기용 민생행보를 펼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중과 정치인의 소통간극은 대의제 민주주의 특성상 대중의 견해를 고스란히 펼치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을 만들어 내며 불신의 벽을 만들어 왔다.
ICT는 시공을 초월한 소통성을 기반으로 대중과 정치인 간의 불신을 낮추고 바른 정치로 가는데 일조했다. 과거까지는 한정적 공간 내에서 담화를 한다거나 TV방송 출연으로 1회적 소통만 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인 현재 국회의원이나 정당인, 공직자들은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채널을 활용해 빠르게 의사소통을 하며 민의를 수렴한다. 대중도 정치인의 견해와 행보는 물론 자신의 견해가 얼마나 반영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근래 이슈가 됐던 탄핵심판과 촛불집회,한반도 사드배치, 기업비리 수사, 독도영유권 다툼 등 주요 사안에 대해 대중은 소셜 채널로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민의를 모았고, 다수의 정치인이 이에 화답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선거제도에 있어서도 ARS나 모바일·인터넷 투표 등 다양한 투표방법, 디지털 방식의 개표진행과 출구조사가 가능해져 보다 많은 대중의 정치 참여와 정치 리더의 대표성 향상에 기여한다. 이제 ICT는 대중과 정치 리더 간 소통매개를 넘어 대의제와 직접민주제를 혼합한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창출해 내고 있다.
◇'ICT 민주주의' 대한민국, 기본은 잊지 말아야
정치영역에서의 ICT는 대중에게 지식과 정치의식 함양은 물론 정치 리더와의 소통간극을 좁히는 역할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창조했다. 하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ICT가 만들어 놓은 간편하고 빠른 소통능력을 악용하면 댓글공격이나 인신비방 등으로 이어져 대중의 정치적 관심과 의식을 떨어뜨린다. 또 해킹이나 여론조작, 옐로 저널리즘 등 온라인 선동이 쉬워져 대중의 정치견해를 흩트려 놓을 수 있고 정치의지 자체가 비뚤어질 수 있다. 이는 곧 포퓰리즘 공약 남발과 분별력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결국 민주주의의 쇠퇴와 사회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빠르고 손쉽게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는 ICT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내면윤리와 인성이듯, 정치에서도 기본적인 윤리와 사리분별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엘리트 위주였던 정치는 기본지식수준의 향상과 ICT의 힘에 의해 대중에게까지 확산되는 모습을 띠지만, 그만큼 객관성이나 정치윤리의 기본은 옅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인기영합적인 부분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정치소양 함양과 지식 및 정보제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매체나 방송 등은 대중의 기호를 맞추면서도 편향적이지 않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CT 강국인 대한민국은 현재 '장미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조기대선이 진행돼 각종 선거정보와 지식, 정치인들의 공약과 정견이 대량으로 쏟아진다.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위한 대중과 언론 스스로의 자율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