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장안정화 조치로 잉여 온실가스 배출권 무제한 이월이 제한됐다. 전문가는 남는 물량에 대해 시장평균 수익률 추종 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배출권을 투기상품으로 인식하고 수익 확대를 위한 고점매도를 노리거나, 무조건 갖고 있자는 심리를 유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12일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는 '잉여 배출권의 이월제한 조치에 따른 대응전략'을 발표하고, 배출권거래제 대응과 이월 제한 불이익 최소화를 위해 시장평균 수익률을 추종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시장평균 수익률 추종 방법이란 내년 6월 종료되는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 중 이월 가능 물량을 초과하는 배출권을 계산해 지금부터 분산·판매하는 방법이다.
가령 다음 계획기간으로 이월해 불이익을 받는 물량이 100만톤이라면 이를 지금부터 시세에 맞춰 조금씩, 꾸준히 매도하는 것이다. 100만톤을 남은 15개월로 나눠 한 달에 7만톤씩 매도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배출권 시세에 관계없이 남은 배출권 판매금과 수익률이 평균 수준으로 유지된다. 큰 이익은 남기지 못해도 리스크도 없고 손해도 보지 않는 방법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남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다음 계획기간으로 이월할 수 있는 양을 '연평균 할당량의 10%+2만톤'으로 제한하는 '배출권 거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배출권이 남는데도 시장에 내놓지 않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꺼낸 카드는 매우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잉여업체가 과도한 배출권을 보유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제2차 계획기간 무상할당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월제한 도입으로 잉여배출권 매도자는 고점 매도시점을, 매수자는 저점 매입시점을 고민해야 한다. 이월한도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서는 기한내 처분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 탄소배출권은 시장 수급논리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추론해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동시에 공존한다. 정책적 의지가 수급요인 못지 않게 가격결정에 많은 영향을 준다. 시장 순응적인 매매행태에 편승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게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의 결론이다.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장은 “배출권거래제 정책 변경 등 불확실성이 큰 시장은 단순한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기업 배출권거래 담당자들이 투자개념보다는 관리개념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수익률 극대화보다는 리스크 최소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는 친환경·에너지 분야 컨설팅, 교육, 인증, IT 시스템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와 관련해 매월 시장 이슈에 따른 탄소배출권 시장·가격 관련 분석 리포트를 발간한다.
◆배출권 거래제=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해 할당한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허용하고, 여분 또는 부족분에 대해선 시장에서 사거나 팔도록 만든 제도다.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여력에 따라 직접 감축 또는 배출권 매입으로 의무량을 이행해야 한다.
<온실가스배출권(KAU) 가격 추이>
함봉균 산업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