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미미박스 한국 대표는 매일 아침 화장을 한다.
이 대표는 “회사에서 남자 직원에게도 화장을 권한다”면서 “화장을 직접 해 봐야 고객의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미박스 회사 내부에도 화장을 할 수 있는 '파우더룸'이 따로 있다.
이 대표가 경영하는 미미박스는 화장품 산업에 데이터 기술을 융합한 뷰티 스타트업이다. 창업 초기에는 화장품 샘플 정기배송 서비스를 했지만 2015년부터 '아임미미' '포니이펙트' 등 자체 브랜드 개발을 시작으로 화장품 제조·유통 커머스 기업으로 본격 변신했다.
이 대표는 남성 엔지니어에게 화장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남성 직원과 함께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현대백화점 화장품 매장을 같이 둘러보기도 한다.
이 대표가 원래부터 화장을 잘하거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과학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원조 공대남'이었다.
공대남의 변신은 졸업 후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파트너를 지내면서 다양한 글로벌 유통 브랜드와 일하며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 활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이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 역시 모바일이 불러일으킨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출발부터 모바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훨씬 적응이 빠르고 도전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벤처캐피털이 연 스타트업 파티에서 미미박스 창업자인 하형석 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은 모바일이 주도하는 유통 시장의 지각 변동이 새로운 기회라는데 의기투합했다.
그 결과 이 대표는 지난 2월 창업자인 하 대표와 함께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 미미박스에 합류했다.
이 대표가 한국 대표를 맡아 급성장한 회사 경영을 맡고, 하 대표는 미국·중국·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로 역할을 나눴다.
미미박스는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많은 6600만달러(약 730억원)의 해외 투자 금액을 유치했다. 창업 4년 6개월 만에 총 1억6000만달러(180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만 해도 550명이 넘는다. 체계적 관리와 공격적 투자가 병행돼야 할 시점에 이 대표가 영입된 것이다.
이대표는 세계 최고 뷰티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미미박스가 큰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뷰티데이터, 자체 브랜드, 커머스, 플랫폼을 거의 다 가진 세계적으로 유일한 뷰티기업이란 점이 컸다”면서 “피부, 트렌드 등 소비자의 고민을 혁신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