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 편의를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신용카드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사업에 다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지난해 5월 서민 편의를 위해 5만원 이하 카드 거래에 대해 무서명 거래를 도입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카드사가 당초 합의한 '밴 대리점 수수료 분담 조정안'을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밴 대리점은 무서명 거래 도입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전표매입 수거 업무가 사라져 밴 대리점이 그동안 받았던 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중대형 밴사, 카드사는 전표매입 수수료에 상당하는 분담금을 나눠서 밴 대리점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합의했다. 건당 35원 정도를 보존해 주는 것이 골자다. 이 중 50% 금액을 카드사가 분담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후 금융당국은 무서명 거래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 대형 카드사 두 곳이 당초 합의된 50% 분담안을 깨고 이보다 낮은 분담금을 책정,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분담금 합의가 이뤄졌지만, 1년여가 지나자 일부 대형 카드사가 슬그머니 분담률을 자체적으로 도출해 50%보다 낮게 책정한 것. 또 한곳의 카드사는 50% 분담금 합의안을 A카드사가 주도해 합의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밴 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50%보다 낮은 분담금을 받아 밴 대리점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각 주체들이 한발 양보해 분담조정안에 합의했지만, 이제 와서 일부카드사가 합의안을 깨는 것은 꼼수”라며 “금융당국 또한 무서명거래 초기에 반짝 홍보만 했을 뿐 전국 확대 등에는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카드사들의 분담금 파기로 단말기를 제공해야할 밴사와 밴 대리점도 거의 손을 놓고 있다. 특히 분담금 자체가 작은 영세가맹점은 거의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환 비율은 6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해당 카드사 관계자는 “분담금 계산 방식에 이견이 있어 조율 중”이라며 “당초 합의한 50% 부담을 깨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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