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마산공장 소주 병입라인 추가…'지역공략·수출용' 강화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부산·경남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이 지역은 자도주 선호도가 높아 공략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로컬' 제품으로 출시한 '참이슬16.9'가 좋은 반응을 보이자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수출용 맥주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마산공장에 소주 병입라인을 추가했다. 참이슬 판매가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시설은 포화 상태다. 주력 생산공장인 이천공장은 수도권 규제로 인한 개발제한으로 1978년 설립 이후 39년간 한차례 증축도 단행하지 못했다. 시설 확장이 불가능하자 비교적 여유 공간이 확보된 마산공장에 소주 라인을 확장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국세청에 신규 주류병입면허 취득까지 마친 상태다.

하이트진로 소주 매출은 2014년 9637억원, 2015년 9756억원에서 지난해 1조278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1403억원으로 9% 늘었다. 매달 1억2000만~1억3000만병 판매되던 참이슬은 지난해 안정적으로 1억5000만병 판매를 웃돌며 자사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과거 주류업체는 부산·경남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여러번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전체 시장 약 80%를 차지하는 무학 '좋은데이' 높은 벽에 부딪혀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2015년 9월 출시한 '참이슬 16.9'가 인기를 끌며 시장 점유율을 늘린 자신감에서 시장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하이트진로 병입라인 확장은 생산 효율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몽에이슬'과 '이슬톡톡'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를 생산하기 위해 소주 생산라인을 멈추고 세척 등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라인 확장으로 이 같은 비효율성은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이천공장에서 만든 원액을 청원공장으로 옮겨 병입해 다시 수도권에 판매하던 기존 방식에 비해 물류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마산공장을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도 깔렸다. 이천·청주공장보다 항구와 인접했고 기존 수출용 맥주를 생산해온 마산공장에서 수출용 소주를 함께 생산하면 물류비 절감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올해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방시장에서 재미를 봤던 분위기를 올해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주 세계화'를 목표로 우선 동남아와 아프리카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장증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산공장 인근에는 '3·15국립묘지'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산이 있었지만 지난 2015년 12월 국토부가 창원시 개발제한구역 개정건을 수용해 증설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과거 개발제한구역 내 대지 약 1만2000㎡를 소유한 만큼 향후 약 1000억원 규모 시설투자가 점쳐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참이슬 16.9'가 인기를 끌며 경남·부산지역 판매를 늘리고 동남아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생산 효율화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생산규모 등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