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IT 기반 비대면 채널 활성화로 전통 은행 점포가 사라진다. 자산규모 6위 한국씨티은행이 지점 80%가량을 폐쇄한다.
금융소비자들이 은행 지점을 찾는 대신 인터넷·모바일 등 디지털 경로를 통해 은행 업무를 보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로 지점폐쇄를 통해 관리비를 줄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서울 다동 본점에서 전 행원을 대상으로 '직무설명회(Job Fair)'를 열고 영업점 133개 중 101개 폐점 계획을 밝혔다. 남은 32개 점포 중 기업금융센터(6곳)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산관리 업무 위주인 WM센터, 여신영업센터등으로 변환되며, 기존 영업점 형태 지점은 서울·수도권을 위주로 26곳만 남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와의 충돌도 예상된다. 씨티은행 노조는 “점포 통합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제 폐점된 영업점이 특정 지점으로 모두 편입이 되는 것이 아닌 매우 극소수 인원만 편입 시키는 꼼수”라며 “대다수 직원은 고객가치센터(인바운드)와 고객집중센터(아웃바운드) 편입을 기정사실화했다”고 지적했다.
폐점되는 곳에 근무했던 은행원 중 상당수는 고객가치센터, 고객집중센터라는 이름의 조직으로 재배치되는데, 사실상 콜센터 업무를 보는 곳으로 알려졌다.
반면 씨티은행 측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따라 전통적 지점 모델을 탈피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며 “고객 거래 중 95%가 비대면 채널에서 일어나고 있어 고객 니즈에 맞추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 수 변동은 없고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는 노조가 주장하는 콜센터와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씨티그룹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전역에서 지점 축소와 부자고객 위주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2009년 씨티는 미국 전역에 1049개 지점을 뒀지만, 지난해 6월 기준 지점 수를 756개로 줄였다. 씨티은행에 이어 시중 은행도 대규모 지점 폐쇄 등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올 1~2월 동안 109개의 점포를 통폐합하거나 출장소로 규모를 줄였다. 2015년 통합 이후 꾸준히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는 KEB하나은행도 올해 60~70곳을 줄일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66개 점포를 통폐합한데 이어 올해도 중복 점포를 중심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 전국 영업점 수는 7103개로 1년 전(7278곳)보다 175개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여기에 최근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인터넷 전문은행까지 등장해 오프라인 은행 지점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 사용 증가로 지점 축소와 함께 인력 재배치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