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과학계엔 진갑(進甲)을 넘은 여성 리더급 과학자가 많지 않다. 젊은 시절 경력단절을 피하기 위해 출산 한 달 만에 일터로 복귀하고, 남성 중심 조직 문화에서 홍일점으로 유리천장을 극복한 여성 과학자. 수십년을 견뎌낸 끝에 이제야 과학계 리더로 활동한다.
박세문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여성과총) 회장은 “여성이 사회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혼자만 안고 있지 말고, 단체 활동을 하면서 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과학자가 과학기술 단체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이사회, 운영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단체 활동을 통해 여성 과학자로서 소수의 삶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어머니 세대에서는 여성에게 '뒤웅박 팔자'라는 말을 쓰던 시절이었다. 박 회장은 “여자의 일생을 두고, 태어나선 아버지, 결혼해선 남편, 노인이 돼선 자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존재'로 규정을 지었다. 나는 절대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젊은 시절, 요즘 말로 '독박육아'와 '독박가사' 등을 겪으면서도 독립적 삶을 살기 위해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점차 성장하면서 정부에서도 여성 인력이 필요했다. 그는 40대 초반, 여성과총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박 회장은 “운이 좋게 젊은 때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단체 활동을 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을 맡았다”면서 “점차 영역이 커지면서 사회적 책무가 생기고 리더급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여성 과기인이 조직 내 의사결정자, 책임자와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서로 윈윈하는 자세로 자신을 어필해야 리더나 팀원도 나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여성 과학자가 '여성성'보다는 '전문성(프로페셔널리즘)'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자력 분야 지질 전문가인 박 회장은 국민의 원전 공포 원인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꼽았다. 박 회장은 “지진으로 발전소가 부서져 사고가 난 적은 없다”면서 “체르노빌 원전은 터빈 복원력을 시험하다 터졌고, 후쿠시마 원전은 냉각수를 공급하는 비상 발전기가 물에 잠겨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7월 일본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은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지진파가 전달됐지만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박 회장은 “과학자가 국민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을 해야 하며, 언론 역시 정확한 정보를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여성과총 정책연구소에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SMC)를 만들었는데 올해 이를 본격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