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해외로.”
중소기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히든 챔피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23개나 된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정부의 발 빠른 정책이 한몫했다. 중소기업청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사업'이 대표 사례다. 글로벌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한 1단계 프로그램이다. 총 4회에 걸쳐 주요 성과와 우수 기업 사례를 살펴본다.
중기청은 국내 우수 중소기업을 세계 수준의 전문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 강소기업-월드클래스 300-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이어지는 성장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사업은 성장 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등을 지원, '월드클래스 300' 수준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글로벌 강소기업보다 매출액 규모 등 수준이 높은 월드클래스 300 기업은 매출액 400억~1조원, 매출액 대비 수출액이 20% 이상, 3년 평균 R&D 투자율이 2% 이상이거나 5년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15% 이상인 기업 가운데 선발한다.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추진하는 기업 지원 사업과 달리 중기청과 지자체, 지역혁신기관이 선정에서 지원까지 공동 참여한다. 지역 유망 중소기업을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은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도입 7년째를 맞았다. '월드 클래스 300'과 함께 글로벌 히든 챔피언 육성 정책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대표 기업 육성 사업이어서 지원 대상을 뽑는 기준도 까다롭다. 매출액 100억~1000억원, 매출액 대비 수출액이 10% 이상, 3년 평균 R&D 투자율이 1% 이상이거나 5년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8% 이상인 기업만 신청할 수 있다.
심사 기준도 엄격하다. 그러나 일단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되면 다양한 지원 혜택을 받는다. 우선 4년 동안 중기청의 R&D, 해외 마케팅 관련 지원을 받는다. 지자체 자율 지원 프로그램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중기청이 2011년부터 올해까지 지원한 예산은 총 2203억원 규모다. 정책 수혜 기업은 833개사다.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경기 침체에도 매출, 고용, 수출, R&D 등 전 분야에서 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2012년 251억원에서 2015년 291억원으로 16% 성장했고, 평균 고용 인원은 79명에서 94명으로 19% 늘었다. 평균 수출액은 102억원에서 128억원으로 25.5% 증가했다.
글로벌 강소기업은 성장 속도만큼 R&D에 쏟아 붓는 예산도 크게 늘리고 있다. 2012년 7억8000만원이던 R&D 비용은 2015년 10억8000만원으로 38.5%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기준 글로벌 강소기업의 수출은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이 기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이 각각 11.0%, 6.9% 감소한 것에 비하면 발군의 성적이다. 매출 증가율도 6.6%로, 대기업(-2.5%)과 중소기업(5%)의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사업 참여로 세계 시장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기업도 다수 나왔다.
이차전지 설비를 국산화한 씨아이에스는 지난해 매출이 750억원으로, 창립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매출의 89.3%를 수출로 달성했다.
교육·연구용 로봇업체 로보티즈는 2014년 뉴욕타임스로부터 '집안 일 도와 줄 10대 로봇' 제조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2015년 500만불 수출 탑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똘망'으로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자동차 실린더 생산 기업 에스에이치팩은 부품 국산화와 품목 다각화 노력으로 매출의 60% 이상을 수출로 달성, 지난해 7000만불 수출 탑을 수상하는 등 괄목할 성장을 일궈 냈다.
'뽀로로'로 유명한 아니코닉스는 해외 90개 국가에 뽀로로를 수출한다. 출판, 완구, 음악, 공연, 테마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피부·성형용 레이저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은 매년 매출액의 20%를 R&D에 투자, 기술 경쟁력을 높여 왔다. 2012년 '월드클래스 300'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14년 3000만불 수출 탑을 수상하는 등 의료기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중기청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과 의지를 갖춘 기업이 성장 사다리에 진입해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수출, R&D 투자 비중, 연평균 성장률 등을 고려해 최적의 후보 기업군을 발굴·관리할 계획이다.
또 우수 글로벌 강소기업이 월드클래스 300으로 진출하는 '패스트 트랙'을 지난해 10%에서 올해 30%로 확대해 더 많은 강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엄진엽 중기청 기업혁신지원과장은 “올해 사업 후보기업군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월드클래스 300-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이어지는 성장 단계 간 연계를 강화, 빈틈없는 성장 사다리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강소기업 주요 실적>
<기업군간 실적 비교 (단위 : %) >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