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은 이동통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각국의 통신 당국이 즐겨 사용하는 카드다. 이통 산업은 전국에 통신망을 구축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사업자가 3개 안팎으로 고정되는 경향이 관찰된다. 이보다 늘면 경쟁이 심해져서 통신망을 유지할 만한 적정 이윤 추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3~4개 사업자가 과점하다 보니 기술 발전이 더디고, 요금이 내려가지 않는 부작용도 생긴다. 통신 당국은 이통사보다 작으면서도 시장에 경쟁을 유발할 적당한 사업자가 필요해진다. 그 대안이 알뜰폰이다. 알뜰폰은 통신망을 임차하기 때문에 작은 업체도 진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요금 인하 효과를 낸다.
그러나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난립하면 부작용도 생긴다. 우선 알뜰폰이 인기를 끌면 이에 대항하느라 이통사도 요금을 내린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서로 출혈 경쟁을 치를 가능성이 커진다. 수익이 악화된다. 이통사의 투자 의욕이 꺾일 수 있다. 수익이 악화된 데다 투자를 해 봐야 알뜰폰만 좋은 일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투자할 마음이 줄어든다.
서유럽 각국이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부작용으로 통신 품질이 떨어진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은 알뜰폰을 활용한 지나친 요금 인하 정책으로 통신 품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알뜰폰이 활성화한 국가는 대체로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11~13% 선에서 형성됐다. 11%를 돌파한 한국 알뜰폰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유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