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최고 재활 시설 갖춘 국립교통재활병원을 가다

왼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로봇을 장착해 팔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환자 앞 모니터에는 팔을 움직여 반짝이는 동전을 획득하는 게임이 나타난다. 환자가 동전 방향으로 팔을 서서히 움직여 동전을 클릭해 게임을 완료한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울 것 없는 게임이 팔 마비 환자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이다. 로봇은 팔을 움직이도록 해 뇌에 팔이 움직인다는 것을 자각시켜주고, 마비된 곳 외의 근육이 최대한 실력을 발휘해 정상에 가깝게 팔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르포]세계 최고 재활 시설 갖춘 국립교통재활병원을 가다

불의의 사고로 신체 기능을 잃은 환자에게 재활치료는 말 그대로 삶을 되찾아 주는 도구다. 국내 최고의 재활 시설을 갖춘 국립교통재활병원을 14일 찾아갔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은 지난 2014년 10월에 교통사고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국토교통부가 소유한 유일한 병원으로, 현재 가톨릭 중앙의료원이 위·수탁 운영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후 적정시기에 집중해서 재활 치료를 하게 되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 병원은 아급성기(교통사고 후 8일~21일) 재활환자 중 중증·중등도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한다. 장애 유형별(뇌·척수·근골격계·소아 재활, 4개 유형) 전문 재활센터와 11개의 특수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치료사가 일대일로 환자를 전담해 돕는다.

재활이라고 하면 팔·다리 신체 기능이 마비된 환자들의 운동만을 떠올릴 수 있지만, 증상이 다양한 만큼 재활 방법도 다양하다. 운동치료, 작업치료, 심리치료 등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친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보행재활 로봇을 통해 팔 다리 움직임을 인지하는 방법부터,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무중력 상태에서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수(水)치료, 트라우마 때문에 운전대를 다시 잡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치료 등이 그렇다. 같은 증상의 사람이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 훈련을 받는다.

수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모습
수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모습
하지치료 로봇의 도움을 받아 걷는 운동을 하는 환자의 모습
하지치료 로봇의 도움을 받아 걷는 운동을 하는 환자의 모습

특히, 이 병원은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집중재활프로그램(1일 8시간)도 운영해 빠른 회복기에 신체 기능을 최대한 복원할 수 있도록 돕는다. 퇴원 후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서도 불편함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집안 환경과 비슷한 환경을 살아보는 재가적응훈련관도 있다. 이곳에서는 테이블·싱크대 등이 환자에 맞게 상하로 움직일 수 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 목욕을 할 수 있는 특수 욕조도 마련되어 있다. 환자의 상태에 맞게 집안을 개조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장소다.

빠른 회복기에 충분한 집중 재활 치료를 받으면 신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간이 늦춰질 수록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떨어진다.
빠른 회복기에 충분한 집중 재활 치료를 받으면 신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간이 늦춰질 수록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떨어진다.

각 치료실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지능형 환자 추적 시스템과 환자중심 재활 통합의료정보시스템도 갖췄다.

양승한 원장은 “모든 시설들이 국내 최고 수준은 물론, 해외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시설을 찾기는 힘들 정도”라고 강조했다.

서울에서도 한 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양평에 위치해 있지만, 입원 대기 환자가 월 평균 80명일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이유다. 교통 재활 병원이라고 해도, 환자를 가려 받지는 않는다. 재활이 필요한 모든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가정의학과 같은 진료과목은 인근 주민들이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도 찾는다.

2016년 연평균 병상가동률 90%를 상회하고 있으며 외래환자 수의 경우 2015년 29,959명에서 2016년 40,884명(36.5%)으로, 입원환자는 39,506명에서 57,396명으로(45.3%), 주간재활환자는 3,887명에서 6,625명으로 (70.4%) 증가했다. 재활환자의 특성상 장기입원(2016년 환자 1인 평균재원일 75일)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장 추세이다.

김채규 국토교통부 자동차관리관은 “국립교통재활병원이 국내 최고의 공공재활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켜 자동차사고 후유장애인이 보다 전문적이고 특화된 재활치료를 제공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립교통재활병원 현황>


국립교통재활병원 현황


문보경 산업정책(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