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 대규모 회계부정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감사인 선택지정제 최종안이 확정됐다. 대기업과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신규 상장회사까지 선택지정제 도입 대상이 넓어졌다. 전·당기 감사인 간 의견불일치를 협의하기 위한 명확한 지침도 올 하반기 중 마련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했다. 회계학회 연구용역을 토대로 지난 1월 최초 대책 발표 이후 공청회 등 각종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나온 결과다.
종합대책의 핵심은 감사인 선택지정제 도입이다. 선택지정제는 상장회사가 감사인이 되길 희망하는 회계법인 3개를 제시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제도다.
지정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또는 금융회사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회사들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았거나 잦은 최대주주 변경 등으로 분식회계에 취약한 회사도 대상이다.
증선위가 정하는 외국 거래소에 상장했거나 외자 도입계약에 따라 감사인을 한정하고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신규 상장회사는 선택지정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금융위는 “상장 이후 곧바로 자유수임으로 전환하도록 하기 보다는 선택지정을 통해 지정감사인간 상호검증을 추진해 신규 상장사에 대한 회계투명성 강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신규 상장사는 상장예정 단계에서 감사인 지정감사를 받은 것을 고려해 선택지정 감사 기간은 1년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지정 기준과 운영 절차도 대폭 변경됐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같은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받기를 원하는 경우 공동으로 감사인 풀을 제출할 수 있게 됐다.
협의·조정기구 설치 및 실무지침 제정을 통해 전·당기 감사인간 의견 차이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증선위의 직권지정 요건은 당초 계획보다 완화하기로 했다. 고의로 잘못된 공시를 하거나 공시규정 중대 위반을 저지른 불성실 공시법인, 분식회계로 해임권고를 받은 임원 또는 횡령·배임 전력이 있는 상장사 등이 대상이다.
핵심감사제(KAM)는 순차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내년 자산 2조원 이상 감사위원회 의무설치기업 적용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유가·코스닥시장 전체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핵심감사제는 외부감사인이 감사 중 가장 중요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한 주요 감사 사항을 감사보고서에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제도다.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에는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됐다.
상장사에는 재무제표 작성을 통한 내부통제 관리 강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인 인증 수준을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하고 회사 내부고발 포상금 상한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한다.
이석란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내부감사와 감사인 선임부터 제재까지 과정에서 회사·감사인·감독 측면의 종합적 개선을 통해 회계 신뢰도 제고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며 “외감법, 자본시장법, 공인회계사법 등 관련 입법안을 4월 중 마련해 조속히 개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