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KT IPTV에서 A급 판매 채널 번호인 2번을 확보했다. 신세계는 IPTV에서 한 자릿수 채널 번호를 확보, 오랜 숙원 사업인 TV 커머스(홈쇼핑, T커머스)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T커머스와 홈쇼핑이 유료방송에서 인기 채널 번호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불가피해졌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KT는 20일 신세계TV쇼핑을 2번에 편성한 정기 채널 개편을 단행한다. T커머스 사업자가 IPTV 플랫폼에서 10번 이내 채널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T커머스의 양방향 서비스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IPTV에서 채널 번호를 앞당김으로써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했다”면서 “T커머스와 신세계TV쇼핑의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KT 올레tv 가입자 수는 700만가구를 웃돈다. IPTV 전체 가입자 1400만가구 가운데 50% 이상을 차지한 유료방송 업계의 수위 사업자다. 신세계TV쇼핑은 2번 채널을 확보하면서 지상파 사이 'S급' 채널을 차지한 유통 대기업 계열의 홈쇼핑과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20~30번에 머문 T커머스 경쟁사와는 모객과 수익 부문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신세계는 1995년 홈쇼핑 시장 개화 이후 사업권 획득에 지속 관심을 보였다. 백화점, 대형마트, 아웃렛, 면세점, 인터넷 쇼핑몰 등 주요 유통 채널을 대부분 확보했지만 홈쇼핑 시장 진입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신세계는 2015년 T커머스 사업권을 따내면서 홈쇼핑 시장에 우회 진입했다. 미래 유통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TV 판로를 확보하면서 20년 묶은 숙원 사업이 빛을 보게 됐다. 사업 시작 이후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고품질 상품의 경쟁력으로 공격 마케팅을 전개하며 이름을 알렸다.
신세계를 비롯한 T커머스가 10번대로 진격하면서 홈쇼핑과의 채널 확보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T커머스 B쇼핑도 케이블TV CJ헬로비전 권역에서 3번을 차지했다. 채널 번호가 한정된 방송 사업 특성상 한 사업자가 특정 채널을 차지하면 기존 사업자는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상 유료방송은 채널 등급을 S, A, B, C로 구분한다. S는 지상파 채널 범위, A는 20번 이내 종합편성(종편) 등 인기 채널 범위다. B는 인기 채널 범위를 제외한 20번 이내 번호, C는 이외 채널이다. 신세계는 C급에 머물러 있던 채널 등급을 단숨에 A급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유료방송은 채널 등급에 따라 송출수수료를 차등 적용한다. 기존의 신세계TV쇼핑이 28번이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을 추가 투입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올레tv 채널번호를 2번으로 변경하면서 KT에 전년 대비 최소한 갑절 인상된 송출수수료를 지불했을 것”이라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TV(IPTV)와 홈쇼핑, T커머스의 송출수수료 협상 테이블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황금채널을 확보하려면 경쟁사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자리싸움'이 격화하면 T커머스와 홈쇼핑이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최근 자리를 잡기 시작한 송출수수료의 현실화 기조가 무너지면서 출혈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