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14개 혐의로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뇌물공여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추가 출연 요구를 거절하면서 무혐의 처분됐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이어진 최순실 수사가 6개월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과 강요, 강요미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제3자 뇌물수수·제3자 뇌물요구,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수본 1기와 박영수 특검에서 넘어온 박 전 대통령의 13가지 혐의를 그대로 적용했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과 SK그룹에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도록 요구한 것이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려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2015년 말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두 그룹의 총수가 이듬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를 해결해 달라고 '부정 청탁'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대가로 두 그룹에 각각 70억원, 89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내라고 요구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후 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요청을 거부했다.
검찰은 돈을 건네받지 않고 뇌물을 요구만 해도 처벌이 된다는 점을 고려, 박 전 대통령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시켰다. 실제로 돈을 건넨 신동빈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뇌물을 수수한 주체인 최순실 씨는 제3자뇌물수수 및 제3자뇌물요구 혐의로 기소됐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재단에 실제 돈이 전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최종 판단한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액수는 592억원에 달한다. 삼성이 건넨 433억원에 SK와 롯데에 요구한 159억원이 더해졌다.
검찰은 여러 증거를 내세우며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혐의를 입증할 예정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증거와 논리를 전면 부인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의 구치소 방문 조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제기된 혐의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향후 박 전 대통령과 검찰의 법리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에 관해서도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뇌물수수 공범에서 제외됐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