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건보시스템 수출 사업, 대기업 참여 허용...전자정부 수출 여전히 걸림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주 사옥 전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주 사옥 전경

한국형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 수출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다. 확대되는 전자정부 수출기조에 맞춰 대형 시스템통합(SI) 기업을 참여시키자는 주장도 잇따른다.

18일 관계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사업 심의위원회'로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HIRA) 수출 사업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르면 이번 주 중 미래창조과학부장관 고시로 확정된다.

심평원은 HIRA를 바탕으로 의약품 관리, 건강보험 정보, 의료정보 활용 등 세 가지 시스템을 바레인에 구축한다. 앞서 지난달 초 바레인 국가보건최고위원회와 '바레인 국가건강보험시스템 개혁을 위한 협력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국가 보건 체계는 물론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병원 프로세스 수출 가능성도 높다.

이 사업은 수출계약 체결 후 진전이 더뎠다. 개발업무를 담당할 SI 업체 선정 때문이다. 총 155억원 사업비 중 절반에 해당하는 80억원이 개발 비용이다. 심평원은 중동 지역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 대기업 SI업체 참여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관련법 상 대기업 참여는 원천적으로 제한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지난주 심의위원회 개최 후 대기업 참여 당위성을 설명했다”면서 “최근 예외 조항 인정에 긍정적 답변을 얻었고, 빠르면 이달 중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약 26개월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는 의약품 유통정보 관리, 의약품 안전점검 등 국가의약품관리시스템(DUR), 국가건강보험정보시스템(NHIIS), 의료정보활용시스템(SUN) 구축이 핵심이다. 의료 프로세스 설계부터 시스템 구축 등 일반적인 SI 사업과 비교해 복잡하다. ICT785 역량과 제도 전문성도 필수다.

바레인을 시작으로 주변 중동국가 추가 수출을 추진한다. 의약품, 의료기기, 병원 수출까지 가능하다. 다양한 위험요소가 존재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대형 SI업체 참여가 요구된다. 실제 SK주식회사 C&C는 사우디아라비아 자잔대학교 e-러닝시스템 구축 사업, LG CNS는 쿠웨이트 스마트 그린 솔루션 사업, 바레인 온라인 법인 등기시스템 사업, 카타르 루사일시 경전철 PSD 시스템 사업 등 중동 지역 사업 노하우를 보유했다.

SW산업진흥법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심평원도 바레인 외에 다른 국가에 수출할 경우 또 심의위원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전자정부 강국을 외치지만 대형 SI업체 참여가 제한돼 운신의 폭이 좁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면서 중견, 중소SI기업 상황이 나아졌는지 의문”이라며 “첫 사업이 추가적 수출 승패를 좌우하는 만큼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고 추후 사업은 중소, 중견기업과 함께 하는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프로젝트는 한국수력원자력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운영시스템 수출 사업 이후 두 번째 공공정보화 수출 예외 사업이다. 국내에서만 48개 사업이 예외사업으로 인정받았다. 예외사업이 늘면서 취지도 무색해진데다 산업발전까지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미래부는 예외사업 조항이 있어 현행법에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국방, 전력, 치안, 외교 등 정부가 정한 영역에 심사를 거쳐 예외조항을 열어둬 대기업 참여를 허용 한다”면서 “심평원 사업도 조만간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