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연구자가 신나게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가 아닌 행정을 걱정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여기까지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듯하다. 문제는 해결 방법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선 공약은 기초연구 비중 확대다. 관료가 연구 내용에 대해 일일이 관여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역대 정부마다 추진했다. 하지만, 현장 연구자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될까. 정부 연구 사업 전반에서 연구 자율성을 높이기보다 연구재단 사업 예산 확대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대선 공약에서 말하는 기초연구는 OECD에서 정의한 자연현상을 탐구한다는 기초연구가 아니다. 정부가 연구 내용에 간섭하지 않는 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을 칭하는 용어가 돼버렸다. 연구재단 사업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른 부처 사업 연구 자율성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응용연구나 개발연구는 중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도 심어줬다. 이제 어렵지만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연구자 자율성과 창의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부가 공고하는 연구제안서(RFP)를 선진국처럼 단순화해야 한다. 우리는 연구제안서 연구내용과 방법을 일일이 기술한다. 그러다보니 제안서 기획에 참여한 연구자가 선정에 유리하다. 다른 연구자가 더 좋은 방법을 제안해도 선정될 수 없다. 선진국은 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만 제시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연구 내용은 물론 방법도 연구자 자율에 맡긴다.
연구재단 독립성도 호주 연구위원회(ARC)처럼 법제화해야한다. 연구사업 방향은 정부 부처가 국가전략을 감안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문제는 전문성이 없는 관료가 개별 과제 기획이나 선정에도 개입한다는 점이다.
호주는 담당 장관 지휘권을 엄격히 제한한다. 장관은 서면으로만 연구위원회를 지휘할 수 있다. 과제 선정은 서면으로도 관여할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이 법률에 명시돼 있다. 이미 연구재단에 전문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는 만큼 호주처럼 법제화하면 연구자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선진형 국가R&D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근본 원인을 따져보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5년 후 대선에서 또 똑같은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대선후보 공약 검증]⑤국가 R&D정책…"연구 자율성, 호주처럼 법제화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704/945150_20170418135417_952_0001.jpg)
곽노성 식품안전정보원 원장(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forsome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