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검증]⑤국가R&D…"科技인 주도 배분·연구자율성 보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704/945140_20170418164824_187_0003.jpg)
국가 연구개발(R&D)은 미래로 가는 창과 같다. 나라의 10년, 나아가 20~30년 후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다. 공을 들인 만큼 창은 넓고 밝다. 세계 선진국은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자그마한 창이라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도 국가 R&D를 대한민국의 '희망 캡슐'로 보고 있다. 역할과 중요성을 깊이 인식, 세부 공약에도 신경 쓰고 있다. 중복 연구의 누수를 막고 연구비가 연구자 몫으로 제대로 배분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다.
다만 이런 공약은 대선을 치를 때마다 쏟아져 나온 내용이다. 기초 원천 투자를 늘이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이행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R&D 예산은 국가 총 예산의 4.8%인 총 19조4000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 절대 액수 세계 6위로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비 배분을 놓고 기관별, 연구자별로 경쟁하는 구조가 되면서 '풍요 속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기초 연구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편수는 세계 12위다. 응용연구 사업화 성공률도 미국, 영국(70%)에 비해 매우 낮은 20%대 머물렀다. 국가 R&D 대개혁이 필요한 시점임을 이구동성으로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기초 연구 분야로의 투자 전환, 중장기 위주 연구, 연구자 자율성 보장 등 원론적 정책 공약 수준에 머물러 있다.
◇컨트롤타워 일원화·연구자 자율성 한목소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국가 R&D 추진 방향은 '연구하는 사람 중심' 투자다. 문 후보는 그동안 국가 R&D 연구 방향이 지나치게 개발 시대 관점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과학기술 정책이 소외됐고, 연구자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타워 부활, 과학기술인 주도의 R&D 예산 배분을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같은 방향이다. 컨트롤타워 일원화와 기획 기능 및 예산 배분 권한 강화를 주요 공약에 포함시켰다.
특히 문 후보는 기초과학을 거대 기획 연구에서 개인 연구자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경제관료 위주, 단기 성과 위주 프로젝트 관리 기조에서 탈피해 과학기술 연구자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 기획·지원·관리·평가 등 주요 의사결정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연구 성과 평가방식도 전면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과학기술 전략을 민간 주도의 창의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연구자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우리나라가 국가 예산의 4.8%를 쏟아붓고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현실이 국가 주도 R&D의 비효율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과 중심의 감사 방식을 과정 중심으로 바꾸고, 중장기 과제 비중은 확대한다. 안 후보 역시 부처별로 흩어진 과학기술 정책을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일원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연구자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데 집중하고, 경쟁을 통한 중복연구를 허용해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과학기술 부처 관료의 개입을 줄이고 현장 과학기술인 참여는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질적인 연구과제기반체계(PBS) 문제를 혁신하고 기초 연구와 상향식 연구 확대로 도전적·창의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현장 과학기술연구인이 중심이 되도록 해서 매년 국가 R&D 예산 전략을 신규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R&D 거버넌스 재정립과 연구자 자율성 강화를 강조했다.
◇예산 이미 충분…4차 산업혁명 대비 기술이 급선무
후보들은 현 국가 R&D 예산에 대해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예산 늘리기보다 분야별 지출액 조정으로 기초·원천, 상향식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문 후보만 R&D 예산이 더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자원이 취약하고 수출의존형 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R&D 투자가 절대 필요하다고 봤다.
안 후보는 중복 집행되거나 낭비되는 비효율 예산을 효율화하고, 기초연구 분야 등 우선순위를 확립해 분배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대기업 지원 R&D 자금을 중소기업 지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R&D 분야 민간 투자가 정부 투자 3배 상당의 규모를 이룬 만큼 민간은 철저히 신산업 위주로 투자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 정부가 투자하는 R&D 투자 방향은 국가 도전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출연연의 연구는 국가 재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조류독감(AI), 지진, 미세먼지 등 국민생활 안전과 밀접한 기초과학 기술 분야를 담당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가 정책을 집행할 때 과학기술이 기반이 되고, 과학적 대처가 가능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국가 R&D 최우선 과제로 △초연결 시대를 열어 갈 '사물인터넷(IoT)' △수집된 정보를 가공, 처리, 유효한 정보로 분석해 4차 산업혁명의 원유 역할을 담당할 '빅데이터'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기능하고 관리, 처리하는 '인공지능' 분야를 꼽았다. 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SW) 산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연연 통·폐합엔 부정적…잦은 개편에 사기 저하
문 후보는 출연연 통·폐합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등록돼 일반 경영평가로 평가받고 있는 출연연을 연구목적기관으로 분리, 등록해 관리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문미옥 문캠 과학특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이 통·폐합 문제를 거론하면서 출연연을 흔들어 놨다”면서 “출연연은 그동안 기초 인프라를 탄탄하게 쌓아 놓은 만큼 연구자에게 불안감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원칙을 밝혔다.
안 후보 측은 출연연 통·폐합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출연연에 대한 통·폐합 등 개편 필요성이 발생하더라도 인위 조정을 지양하고 출연연의 장점을 살려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 후보도 잦은 출연연의 통·폐합은 연구자 사기 저하, 연구 성과를 떨어뜨린다고 봤다. 심 후보도 출연연의 출연금을 포괄 예산으로 전환하고, 부처별 R&D 예산을 연구 대주제·산업별 포괄 예산으로 전환하는 등 공공연구기관의 자율성 보장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팀=성현희기자(팀장) election@etnews.com, 김명희·박지성·최호·오대석·박소라기자
![[대선후보 공약 검증]⑤국가R&D…"科技인 주도 배분·연구자율성 보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704/945140_20170418164824_187_0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