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손종수, 첫 시집 '밥이 예수다' 출간

-미운 이름들 모두 불러다 밥을 주는 '위로의 시편들'

2014년 시전문 계간지 '시와경계'를 통해 등단한  손종수 시인이 첫 시집 '밥이 예수다'(120쪽, 도서출판 북인)를 출간했다.


손종수 시집의 표제작 '밥이 예수다'는 망원시장에서 3900원짜리 닭곰탕을 동료 시인 다섯 명과 함께 먹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곰탕 한 그릇 값이면 다섯 목숨 구원하고도 선한 사마리아인의 고로케 열한 명 먹일 수 있는 곳/퇴계 어르신 얼굴 한 번 펴면 단팥빵 세 개, 꼬마김밥 두 줄로'로 읊었듯 이 곳 곰탐집은 생활이 팍팍한 서민들의 삶의 허기를 채워주는 곳이다.
함께 망원시장에서 닭곰탕을 먹었던 정한용 시인은 추천사에서 "말을 많이 하기보다 주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그래서 상대방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이며, "'미운 이름들 모두 불러다 밥을 먹이고 싶은 사람'(명왕성 이야기)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말이 없는 말'(수담)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인 손종수, 첫 시집 '밥이 예수다' 출간

문학평론가 오민석 교수는 "의도하지 않은 사건들의 무의식적 배열들이 존재하는데 그 배열의 먼 기원에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으며, '고독한 단독자'로서의 손종수는 가난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다"고 평했다.
어머니는 가난했을 뿐만 아니라 무방비, 무대책 상태에서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외로운 존재였다. 말하자면 손종수 시인에게 '어머니'는 '가난'과 '고독'의 시니피에들이 응축된 존재였던 셈이다.
그는 부재하는 어머니 대신 '사랑' 에너지를 방출할 대상을 찾는다. 그는 스스로 어머니 같은 '집'이 되고, 허기를 달래줄 따뜻한 밥 한 끼가 되고 싶어 한다.
손종수 시인은 삶이 정확히 '고립과 결핍의 황금비'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삶은 현실원칙이라는 씨실만이 아니라 쾌락원칙이라는 날실과의 끝없는 교직(交織)이라고 해석했다.
손종수 시인은 농심신라면배와 삼성화재배 바둑 관전필자로 활동했다.   나성률 기자 (nasy2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