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인복지콤플렉스 사업, 간판부터 내용까지 다 바꾼다

현 정부의 국정 과제로 추진되다 난항을 겪은 '과학기술인 복지콤플렉스' 건립 계획이 전면 변경된다. 사업 내용은 물론 시설 명칭까지 바뀔 분위기다. 기존의 과학기술회관 수평 증축에서 통합 개발로 방향이 바뀌며, 급증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당면 과제다.

1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회장 김명자)는 이르면 다음 달 이사회를 열어 '(가칭) 과학기술인 복지콤플렉스 통합개발 사업계획안'을 의결한다. 이사회 의결을 거친 사업계획안은 소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된다. 일정대로라면 상반기 중에 새 사업계획이 확정된다.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왼쪽부터 신관, 본관, 별관.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왼쪽부터 신관, 본관, 별관.

새 사업계획안 골자는 과학기술회관 본관부터 별관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개발'이다. 본관과 별관을 모두 철거하고 지하 4층~지상 10층으로 통합 신축한다.

과학기술인복지콤플렉스 건립은 박근혜 정부 초부터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 연구 몰입 환경 조성 차원에서 추진된 국정 과제다. 지식 교류를 촉진하는 회의장과 사무 공간, 체육·문화시설, 창업 육성 공간을 마련한다.

초기 안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국과학기술회관 본관을 수평 증축하는 것이었다. 2014년 사업계획안과 총 사업비(250억원)가 확정됐다. 2015~2016년 용적률 확대, 도시계획 변경, 강남구 건축허가까지 마쳤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 건설계획 재검토 요구가 불거졌다. 본관 노후 때문에 수평 증축 시 난공사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과총은 결국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기존 사업계획을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왼쪽부터 신관, 본관, 별관.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왼쪽부터 신관, 본관, 별관.

과총은 통합 개발 방향을 놓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재 △첨단 신기술 교류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공간 △첨단과학기술 지식 교류의 중심 △과학기술인의 사회·문화 활동 거점 등 큰 틀의 방향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과학기술계 자산'을 비전으로 삼고 과학기술인 커뮤니티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쟁점은 공공 개발 계획이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안은 '임대 중심'과 '공공 교류 중심'이다. 임대 중심 계획은 시설 건립에 필요한 차입금의 조기 상환에 방점이 찍혔다. 임대 수입을 극대화하지만 공익성, 개방성은 감소한다.

공공 교류 중심 계획은 공공 회의실 등 공유 공간을 최대한 확대하는 안이다. 공공 교류 임대 공간 가운데 75%는 임대료를 면제한다. 안정적인 산·학·연 협력, 창업 지원이 가능하지만 차입금 상환 기간은 갑절로 늘어난다.

과학계 여론은 공공 교류 중심으로 쏠린다. 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설 명칭을 바꾸자는 제안도 나온다.

이혜숙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새 공간은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것을 증명하는 열린 공간이었으면 한다”면서 “임대 위주 공간과는 다르게 지어서 공공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재원 서울대 객원교수는 “복지 콤플렉스라고 하면 마치 과기인이 독점 사용하는 시설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강남역에서 삼성역을 아우르는 이 지역은 과학기술단체,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과학기술의 시작부터 완성, 산업화까지 모여 있다”면서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강점을 살리려면 사이언스이노파크, 사이언스플라자 같은 명칭처럼 산·학·연 간 담장 없는 공감의 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돈이다. 통합 개발로 계획이 수정되면서 총 사업비는 486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기존 예산의 갑절에 이른다. 국비 보조는 2014년에 확정된 100억원이 전부다. 나머지 386억원을 차입하는 등 과총 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기존의 계획 부담금은 150억원이었다.

과총 관계자는 “시설 건립을 위한 별관 퇴거는 이미 이뤄진 상황”이라면서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은 은행 차입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