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7]경제·일자리 주체가 누군데?…대선후보는 기업때리기 열중

19대 대통령 선거 경제·기업 관련 공약은 사실상 '기업때리기' 일색이다. 최순실 사태로 불거진 반(反)기업 정서에다 재벌 개혁 요구까지 겹쳐지면서 규제 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후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모두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 칼날을 세웠다. 기업 관계자들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주체인 기업을 이토록 몰아세우면서 경제대통령, 복지대통령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대선 주자 경제분야 핵심 공약은 기업 규제 강화로 요약된다. 경제회복을 외치면서 표심 잡기 필수 어젠다로는 '기업때리기'를 선택한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상법개정안을 바탕으로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꺼내들었다. 공약에 전자투표제 의무화, 집중투표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았다. 또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고발할 수 있도록 허용해 감시를 강화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포함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계열분리 명령제', 독과점 해결을 위한 '기업분할 명령제' 등 강도 높은 규제안을 추가했다.

경제계는 이런 규제를 기업활동 옥죄기로 봤다. 과거 현실화되지 못한 공약에 규제 요소가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다수 후보가 약속한 집중투표·전자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도입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18대 대선당시 대기업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당선 직후 경제회복에 대한 우려로 거의 실행하지 못했다. 주주의 본질적 권리인 이사 선임권을 침해하고 외국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탈취 할수 있다는 우려도 따랐다. 이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기업 활동 제한으로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며 심의 자체를 보류한 상황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주자 경제분야 공약을 보면 대기업 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 실현이 핵심인데 18대 대선 때 내용과 차별화하지 못했다”면서 “공약 수립에 정경유착 해소에 방점을 찍다보니 공약상 규제수위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법인세 부담 우려도 높다. 후보 대부분 법인세율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우선적으로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은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국민 동의를 전제로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서민 주머니가 얄팍해진 만큼 결국 기업이 상당부문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외에 추가적인 부담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재원 확보를 위해 대기업 부담을 늘리는 구조에 업계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신규 투자와 고용 같은 기업 주도 경제활성화 시스템은 올스톱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내놓았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기업 규제 강화는 결국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불확실성만 높이는 등 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포퓰리즘 정책보다 현재 법 테두리 내에서 건전한 법 적용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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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요 후보 기업 관련 규제성 공약

자료:각 후보 공약집

[선택 2017]경제·일자리 주체가 누군데?…대선후보는 기업때리기 열중


대선팀=성현희기자(팀장) election@etnews.com, 김명희·박지성·최호·오대석·박소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