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지털 복지다](5)창작자 권리도 지키고 일도 하니 '뿌듯'

한국저작권보호원 직원이 모니터 요원을 상대로 실제 업무 투입에 앞서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직원이 모니터 요원을 상대로 실제 업무 투입에 앞서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직원이 모니터 요원을 상대로 실제 업무 투입에 앞서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직원이 모니터 요원을 상대로 실제 업무 투입에 앞서 교육을 하고 있다.

#주부 김해미(33)씨는 저녁 6시면 방안 PC 모니터 앞에 앉는다. 만화가 웹하드와 포털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되는 것을 찾아 저작권보호원에 신고한다. 한쪽 눈이 희미하게 보이는 장애등급을 가졌지만 모니터링에는 어려움이 없다. 김씨는 12시가 돼서야 일이 끝나지만 창작자 권리를 지켜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찾았다.

#대학에서 법을 전공한 김종현(29)씨는 10시부터 6시까지 7시간동안 미주지역 사이트에서 우리 음악이 불법 유통되는지를 점검한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음반 콘텐츠 기획 일을 하다 저작권보호원 청년모니터링단에 자원했다. 실제 업무를 하면서 불법 콘텐츠 유통 실태를 눈으로 보니 그 심각성이 더 크게 와 닿았다.

콘텐츠산업 밑거름인 저작권이 창작자 권리 향상은 물론 일자리 나눔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른바 소외 계층인 경력단절녀(경단녀), 장애인, 다문화가정, 차상위계층, 실버세대, 청년 등 저작권 모니터링 요원으로 참여하면서 디지털시대 콘텐츠 지킴이 역할을 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소외계층이 참여하는 '저작권지킴이' 사업으로 디지털시대 일자리 창출과 저작권 보호로 제 몫을 하고 있다. 올해도 300여명이 저작권 지킴이로 활동한다. 지원자가 1000명을 넘는 등 선발 경쟁도 치열하다. 재택근무와 시간선택제가 매력적이다.

◇일 얻고 창작자 권리 보호해 '뿌듯'

저작권 지킴이로 나선 이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김해미씨는 시각장애와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일을 찾았다. 김 씨는 “결혼 후 남편과 지방으로 내려가 일을 그만두고 2년간 일을 쉬다가 인천으로 다시 집을 옮기면서 모니터요원을 하게 됐다”고 활동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야간에 업무를 하면서 창작자 권리 보호와 더불어 일자리를 얻게 돼 신이 난다”고 말했다.

김예지(29)씨도 올해 초 저작권지킴이로 나선 경단녀 사례다. 건강상 이유로 지난해 연구원 일을 그만두고 쉬었다. 건강을 회복하면서 일을 찾던 중 저작권 지킴이를 알게 됐다.

그는 “내가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후 허락 없이 온라인에 떠도는 것을 보고 상심해 저작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저작권 보호 업무를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간에 모니터 업무를 하면서도 짜투리 시간에 매일 운동을 할 수 있어 지금은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전했다. 새 일을 찾겠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야간에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따 일을 끝내면 사회로 다시 진출할 계획이다.

경단녀 가운데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모니터링 업무를 하는 여성도 많다. 자녀 양육 때문에 그만 둔 일을 저작권보호원을 통해 찾은 것이다.

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경단녀 가운데는 대기업과 IT 기업에서 일했던 여성이 많다”면서 “아이 양육 때문에 일을 그만뒀지만 생활비도 벌고 일로 보람을 찾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어르신 저작권 지킴이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실버요원은 주간에 거리에서 유통되는 불법복제물을 점검한다. 과거에는 거리 노점에서 영화 DVD나 음반을 파는 사례를 적발했다. 최근에는 수백곡 음원을 넣어 불법으로 판매하는 SD라디오가 주 적발 대상이다. 실버감시원은 지난해 5229건을 적발해 제보하는 성과를 냈다. 실버 요원 가운데는 일을 하면서 건강을 찾은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퇴직 후 건강이 나빠졌던 분이 지킴이를 하면서 회복하는 분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류 지킴이에 청년 모니터 요원 투입

청년 모니터 요원은 올해 첫 실시한 사업이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해외에서 불법 유통되는 것을 적발한다. 요원들은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태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을 구사하는 외국통이다. 영화, 방송, 음악, 웹툰 등의 다양한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모니터링 업무 역시 지역이나 장르에 한정하지 않는다.

해외보호팀은 유통실태조사와 접속차단 및 광고차단파트로 나뉜다. 유통실태 조사는 해외 사이트 불법 유통사례를 찾는 일이다. 접속차단파트와 광고차단파트는 해외 침해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거나, 홈페이지 유지에 도움을 주는 광고를 차단한다.

이 가운데 김종현씨는 유통실태조사 파트를 맡았다. 그는 주로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지역 인터넷에 불법으로 유통한 한류 콘텐츠를 발굴해 낸다.

김종현씨는 “주로 낮 시간에 해외 인터넷에 있는 우리 음원 콘텐츠가 불법으로 유통되는지를 찾는다”면서 “특히 음악 콘텐츠와 저작권이라는 관심 분야에 일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고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앞으로 음원 저작권 담당자나 음반 콘텐츠 기획자로 취업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저작권이 일자리는 물론 진로 희망까지 준 셈이다.

◇저작권 보호 필요성 한목소리

저작권지킴이 활동가는 한목소리로 저작권 보호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예지씨는 “음원 저작권지킴이로 활동하면서 여전히 불법으로 음원을 내려받거나 무심코 듣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국민에게 저작권이 소중한 창작자 권리임을 알리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해미씨도 “모든 창작물은 보호받을 권리가 창작자에게 있다”면서 “창작자가 보호받아 양질의 콘텐츠가 우리를 즐겁게 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 지킴이가 단기가 아닌 안정적 일자리가 되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 씨는 “장애인에게는 단기보다 중장기적인 일자리가 더 필요하다”면서 “저작권보호원에 정부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디지털 복지다](5)창작자 권리도 지키고 일도 하니 '뿌듯'
[이제는 디지털 복지다](5)창작자 권리도 지키고 일도 하니 '뿌듯'
[이제는 디지털 복지다](5)창작자 권리도 지키고 일도 하니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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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