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사업부를 독립 자회사로 분사시킨다.
파운드리는 외부 고객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해 주는 사업이다. 순수 파운드리 사업에 책임경영제를 강화,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고화소 이미지 센서를 포함한 독자 브랜드 반도체 사업에 집중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18일 파운드리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분사 설명회를 가졌다. 신설 자회사 명칭은 'SK하이닉스시스템IC(가칭)'로 정했다. 충북 청주 사업장에 위치한 200㎜ 웨이퍼 공장(M8)과 제반 시설 일체가 초기 자산으로 편입된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부 소속 직원들은 생산직과 일반 사무직을 합쳐 1000여명이다. 이사회를 거쳐 7월 1일자로 SK하이닉스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 초대 대표이사에는 SK그룹 내 사장급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 임원으로는 이동재 파운드리사업부장(상무)을 포함해 제조, 마케팅 영업 분야 인물이 자회사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이 같은 결정을 굳히고 파운드리사업부 분사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SK하이닉스 청주 M8 공장 생산 용량은 2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0만장이다. 주력 생산 품목은 CMOS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칩(PMIC) 등이다. 최대고객사는 LG그룹 계열 팹리스 업체 실리콘웍스다. SK하이닉스 M8 공장에서 생산된 실리콘웍스 DDI는 LG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탑재된다. PMIC는 국내 팹리스 실리콘마이터스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주력 생산 품목 가운데 하나인 CIS는 SK하이닉스 브랜드로 판매된다. 다만 1300만화소 이상 고화소 제품 생산은 SK하이닉스가 계속 관장한다. 경기도 이천 300㎜ 웨이퍼 공장인 M10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1억400만달러(약 12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액(17조1980억원)에서 파운드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채 안 됐다. 이익 지표로는 적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메모리 시황 호조로 매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메모리 사업부 임직원은 실적 확대로 잔칫집 분위기다. 그러나 파운드리사업부는 '비주력'으로 꼽혀 전사 차원의 지원도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청주 M8 공장을 포함한 파운드리사업부의 분사 결정은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여 보이겠다는 취지”라면서 “최근 사물인터넷(IoT) 시장 확대 움직임으로 200㎜ 파운드리 업계가 공급 부족 상황에 처해져 있어 고정비 축소, 공정 개발, 고객사 확대에 성공하면 큰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지문인식센서 집적회로(IC)를 포함해 포스 터치칩 등 새로운 파운드리 생산 공정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