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26일 새벽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를 전격 배치한 것과 관련 북한 움직임이 대선 정국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조용히 넘어가는가 싶었던 북한 핵도발 우려가 막판 선거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됐다.
주한미군은 이날 새벽 성주골프장에 사드 핵심 장비를 전격 배치했다. 발사대와 사격통제 레이더 등이 곧 시험가동에 들어간다.
최근 북한은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압박에 도발을 자제해왔다. 핵실험 준비를 끝내 놓고도 김일성 생일 105주년(태양절)과 인민군 창건일 85주년(25일) 등 도발 가능성이 높았던 시기를 조용히 넘겼다. '한반도 4월 위기설'이 진화되면서 한국 차기 정부 출범과 맞물려 남북 간 대립 구도 변화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하지만 사드배치가 조기에 이뤄지면서 북한 추가도발 불씨가 되살아났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 사드배치는 북한을 선제타격한 이후 한반도 방어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며 “미군이 사드 배치를 개시한 것은 북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섣불리 무력도발에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사드 배치 결정 하루 만인 지난해 7월 9일 오전 함경남도 신포 동남방 해상에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한발을, 열흘 뒤 남한 전역을 타격권으로 하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각각 한 발, 두 발 발사하며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 추가 도발 여부는 대선 정국에도 중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드배치는 정의당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정당의 당론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가 아니다”라며 “사드 전격 배치로 인해 오히려 불확실성이 제거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드 배치만 놓고 보면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만약 북한이 강경 대응에 나선다면 보수표 결집 등으로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선 주자들은 이날 즉각 대응했지만 온도차는 뚜렷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국민 의사와 절차를 무시한 사드 강행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사드 배치 절차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배치 찬성 입장은 유지했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